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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 창간 86주년 기획 -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1) 아시아의 토양에서 움트는 신학의 씨앗

외형 키운 한국교회, 내적·사상적 성숙에 관심 절실/ 세계 인구 2/3 거주하는 아시아/ 수많은 전통·문화 혼재되어 있어/ 경제·사회 상황도 나라별 격차 커 // 아시아 복음화 이루기 위해선/ 복잡다양한 상황별 대응 필요/ 한국교회, 관심·노력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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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에 복음의 씨앗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온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2012년 12월 10~16일 열린 제10차 정기총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가 1999년 권고 ‘아시아교회’를 통해 지적하는 것처럼, 아시아는 다른 대륙들과 구별되는 매우 뚜렷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우선,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이고, 세계 인구의 3분의 2 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광활한 땅이다.

그러나 아시아 인구의 위압적인 광대함 외에도 ‘이 대륙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고대 문화와 종교 그리고 고대 전통의 계승자인 그 민족들의 다양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인류 가족의 유산과 역사의 본질적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문화, 언어, 믿음과 전통들의 서로 혼합되고 어우러진 복합성’(6항)이야말로 아시아 대륙의 특성을 가장 특징적으로 드러내는 실재이다.

이러한 종교-문화적 특성 외에 경제-사회적 현실에 있어서도 아시아 대륙은 매우 다양한 복합성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동북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처럼 고도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들 혹은 그러한 발전을 향한 과정 중에 있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절망적인 가난의 상태에 머무는 나라들도 있다.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나 아시아 전체적으로 볼 때나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를 통한 인간 소외 현상이 발견된다. ‘가난과 대중 착취의 지속적인 존재는 가장 절박한 관심의 대상입니다. 아시아에는 수백만 명의 억압받는 개인들이 여러 세기 동안 경제·문화·정치적으로 소외된 채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어 왔습니다’(7항f).

나아가, 이러한 경제 발전 과정 중에 발생하는 정신문화적 황폐화 역시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가 확산되고 있는데, 특히 도시 지역들에서 그러합니다. 전통적·사회적·종교적 가치들을 손상시키는 이러한 이념 체계들은 아시아의 문화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손해를 끼치며 위협하고 있습니다’(7항a).

이렇듯 다양하고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아시아의 현실 속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진지하고도 섬세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동시에, 그 씨앗이 자라나는 토양 또한 잘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복음의 씨앗이 떨어져 자라나게 될 아시아적 토양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다른 대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아시아의 민족들 안에 담겨 있는 꿈과 희망은 무엇인지, 아시아인들의 고통과 절망, 그 비구원의 현실은 또한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그분을 통한 구원에로 인도하고 연결시킬 수 있는가를 찾기 위해 고민해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모든 아시아 그리스도인들, 특히 아시아교회의 사목자들과 신학자들의 사명이며, 바로 그런 맥락에서 2012년 교황청 인준 40주년을 맞이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의 가장 주된 역할이자 과제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FABC는 지난 40년간 아시아의 상황 속에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나게 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방면에서 지속적으로 기울여왔다.

필자는 지난 몇 년 간 FABC 신학위원회의 신학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아시아 여러 지역 교회들의 현장을 체험하고 FABC의 기구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과 교류를 바탕으로 아시아 각국의 신학자들, 사목자들과 회의를 통해 만나 아시아교회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아시아교회에서의 신앙 체험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FABC의 공식 신학 문헌들을 작성하는 일에 계속 참여해 왔다.

한편으로는, 아시아 대륙의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여러 다양한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며 지금 여기에서 발견되는 시대의 표징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 대륙의 복합적 현실과 그 안에서 교회의 실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복음적 식별 작업이 요구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화시키고 변화시키며 마침내 완성시키는 복음의 역동적인 힘이 아시아 대륙의 비구원적 현실 안에서 지금 어떻게 침투하고 관통하며 활동하고 있는가를 발견하고 체험하면서 이를 언어화, 신학화하는 작업이 또한 필요하다.

결국 2012년 12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제10차 FABC 총회의 최종 메시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성령의 인도에 따라 아시아의 복잡·다양한 현실에 대응,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고자 진지하게 노력하며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FABC의 가장 주된 관심사이자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FABC 신학위원회에서는 정기회의와 비정기모임 등을 통해 작업한 것을 바탕으로, 지난 1987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한 공식 문헌들을 모아 「아시아의 토양에서 움트는 신학의 씨앗」(Sprouts of Theology from the Asian Soil)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여기에는 신학 방법론에서부터 삼위일체론, 성령론, 교회론, 신학적 생명론, 그리고 종교 자유와 종교간 대화 등의 여러 신학 주제에 관한 아시아신학적 관점에서의 조명과 성찰들이 담겨 있다.

사실, 아시아신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아시아의 땅, 그 아픈 현실 속에서 성령께서 어떻게 활동하시면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나게 인도하고 촉구하시는지를 성찰하고 깨달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그러므로 아시아신학 역시 아시아의 토양에서 지금 간신히 싹을 틔우며 발아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 지금 막 자라난 싹은 보기에 얼마나 아름답고 희망찬 것인가?

이는 FABC 신학위원회 주관으로 2004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그리스도론 주제의 신학 심포지엄의 주제, 즉 ‘그리스도의 아시아적 얼굴들’(Asian Faces of Christ)을 찾는 것과도 연결된다.

십자가를 지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난당하신 예수님께서 이제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신다는 신비를 아시아의 여러 지역 교회들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과연 어떻게 체험하고 있는가? 그들의 그리스도론적 고백은 무엇이며, 그들의 부활 체험은 과연 무엇인가? 그들은 이러한 그리스도론적 체험과 성찰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언어화하는가? 바로 이것이 아시아신학이 묻고 찾아야 할 질문이며 과제들인 것이다.

지금 아시아교회는 여러 심각한 도전과 위협들에 직면해 있다. 우선, 서남아시아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마주하며 매



가톨릭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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