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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2.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2> 서울 대방동본당 소공동체 "말씀터"

말씀에 뿌리 내린 기도 공동체, 부활의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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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방동본당 3구역 5반 신자들이 말씀터 모임에서 모임을 통해 얻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말씀터(소공동체 모임) 덕분에 행복합니다."(김철수 안드레아)

 "말씀이 기도가 되고, 삶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하고 나면 목욕하고 돌아가는 기분이에요."(정은석 키오니아)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주임 박기주 신부) `말씀터`에 쏟아진 신자들 찬사다. 박기주 주임신부가 `성경`을 중심으로 개편한 본당만의 소공동체 모임인 말씀터에 참여한 뒤부터 신앙의 참맛과 기쁨을 느끼게 됐다는 신자가 점점 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소공동체 기능이 사실상 정지됐던 대방동본당 공동체가 불과 2년여 만에 123개 말씀터(반모임)를 가진 공동체로 재탄생했다. 신자 수로는 500명이 넘는 이들이 매주 한 차례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는 의미다. 성경을 신자들 삶의 양식으로 삼고 열심히 기도한 덕분이다.

 3구역 5반 말씀터 현장을 7일 방문했다. 3구역 5반은 2년 전만 해도 신자 두 명이 단출하게 반모임 명맥을 이어갔던 공동체였으나 지금은 15명으로 식구가 크게 늘었다. 대방동본당은 덩달아 예비신자가 늘면서 나뭇가지에 꽃이 만개하는 모습이다. 대방동본당 사례를 통해 소공동체 반모임의 올바른 방향과 기도에 대해 짚는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말씀여행 8단계=기도 8단계?

 말씀터는 본당이 2011년 새롭게 개편한 소공동체 모임 이름이다. 본당 복음화연구실이 `렉시오 디비나`를 응용해 만든 「말씀여행」을 교재로 쓴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실천할 것을 다짐하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말씀터 모임은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난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 소공동체가 지향하는 바와 맥이 통한다. 다만, 기존 소공동체 교재 「길잡이」가 복음나누기 7단계로 구성돼 있는 것에 비해 「말씀여행」은 8단계다.

 말씀터 8단계는 말씀으로 시작기도를 하고 △말씀읽기 △새김 △나눔 △되새김 △보충 △말씀살기 △마침기도 순으로 진행된다. 성경 묵상기도로 시작해서 자유기도로 마친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일주일간 자신이 실천할 성경구절을 찾고, 이를 자신의 기도가 되도록 한다. 곧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는 구절처럼, 말씀이 곧 삶이 되도록 기도하게 이끌어준다.

 이날 반모임에 참석한 5반 신자 13명은 반장 김철수(안드레아, 58)씨 진행으로 주님 말씀을 읽고 묵상했다. 이날은 요한복음 20장 1-31절로,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고, 토마스 사도가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하고 신앙고백을 하는 내용이다.

 전순덕(아가타, 60)씨는 "주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니까 기쁜 일이 자주 생긴다"면서 "오늘 교중미사 때 아들 부부가 예비신자로 등록해 더 없이 기쁘다. 요즘은 `주님 감사합니다`하는 기도를 입에 달고 산다"고 말했다.

 김복달(실비아, 64)씨는 "병고 때문에 하느님을 원망하던 남편이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 가신다. 모두 주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항상 주님 뜻을 따르겠노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소공동체 활성화 비결은?

 3년 전 박기주 신부가 대방동본당에 부임했을 때는 `구역이 무너져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박 신부가 부임 직후 20개가 넘는 구역의 남성구역장을 모두 모이게 했지만, 결과는 6명 출석에 그쳤다.`왜 이러지` 하는 의문이 들어 그 다음에 단단히 공지하고 다시 모이게 했지만 그래도 5명밖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박 신부는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매 주일 미사 뒤에 구역별로 피정을 하며 새롭게 반구역을 구성하고 봉사자를 완전히 물갈이했다. 5개월이 넘게 걸린 대수술이었다. 이것이 소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었던 기틀이 됐다.

 그 다음에는 신자들 마음속에 성경 말씀이 와 닿게 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11년부터 성경을 한 해 화두로 삼았다. 미사에 잘 참례하고, 봉사한다 하더라도 성경을 모르고서는 신앙의 참맛과 기도의 참맛을 느끼지 못하고, 참된 신자가 될 수 없다는 사목자의 강한 의지 덕분이다.

 박 신부는 그래서 견진성사 교리 기간을 10개월로 대폭 늘렸다. 교리 시간에 성경공부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봉사자들은 물론 본당 수녀들도 반대했다. 교리 기간이 너무 긴 데다 신자들이 성경공부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처음엔 성경을 읽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신자들이 점차 말씀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변화와 작은 열매에 대한 관심
 신자들이 성경을 읽게 되면서 본당에 변화가 생겼다. 미사 참례자가 늘어났다. 신자들 사이에서 "강론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강론이 귀에 들어오니 신자들은 미사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고, 성당에 오는 것을 기뻐하게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성경공부 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숙영(골룸바) 교육분과장은 "견진 교리자들과 봉사자 500여 명이 열 달 동안 루카복음에 푹 빠져 살면서 성경으로 소공동체 모임을 하고 싶다는 이들이 생겨났다. 말씀터가 구역에서 싹트기 시작한 것도 2011년 견진성사 이후부터"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구역과 반모임이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당은 단 한 개 반모임이라도 활성화된 곳이 있으면 관심을 두고 응원해준다. 출석률에 연연하지 않고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는 심정으로 반모임에 애정을 쏟는다.

 이를 위해 본당은 복음화연구실 산하에 기자단을 두고 월 1회 「모퉁이돌」이라는 소식지를 발간한다. 「모퉁이돌」은 활성화돼 있는 말씀터를 탐방해 신자들에게 알린다. 말씀터 현장에서 전하는 소중한 신앙체험 자체가 말씀터를 홍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박 신부는 "말씀을 통해 말씀 안에서 기도해야 아버지 뜻이 이뤄진다. 말씀을 갖고 기도하지 않으면 무엇인가를 달라는 `청원기도`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말씀터가 활성화되면서 구역 공동체가 꽃피워나가는 것을 보게 됐다"며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에게 뿌리를 내리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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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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