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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주일 특집] 주교님들은 어떻게 사제성소를 받았나

구교우 집안 많고 부모 영향 매우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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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신앙을 처음 받아들인 이는 5대조 할아버지다. 신앙은 후손에게 면면히 전해졌다. 가족과 함께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ㆍ저녁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던 어머니는 아들이 사제가 되게 해달라고 남몰래 하느님께 기도했다. 아들 다섯 가운데 셋이 사제성소를 받았다. 첫째 아들은 서울대교구장이 됐다. 염수정 대주교 집안 이야기다.

 한국교회 교구장 주교들이 사제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은 대체로 염 대주교와 비슷하다. 오래된 교우 집안 출신이 많고, 부모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점이 그렇다. 하느님은 주로 성가정을 통해 주교들을 사제로 부르셨다.

 주교들 가운데 이기헌(의정부교구장)ㆍ김운회(춘천교구장) 주교는 염 대주교와 마찬가지로 5대째 내려오는 구교우 집안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매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기도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주교들이 성소의 싹을 틔운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많은 주교에게 신앙의 귀감이 된 이는 부모, 특히 아버지였다.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는 어려서 아버지에게 손목을 잡힌 채 억지로 새벽 미사에 참례해야 했고, 아버지가 내는 교리시험에서 기도문을 제대로 못 외우면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김운회 주교 아버지는 자녀들이 모두 출가한 후에도 매달 한 차례 손자들까지 불러 모아 가족 기도모임을 가질 만큼 신앙생활에 철저한 분이었다.

 권혁주(안동교구장) 주교에게 사제성소를 심어준 이도 권 주교가 9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언젠가 아들에게 `너는 신부가 돼야 한다`는 말을 했고, 이 말을 흘려듣지 않고 마음에 담아둔 아들은 아버지 뜻을 따랐다. 권 주교는 사제성소라는 가장 값진 유산을 받은 상속인이 됐다.

 조환길(대구대교구장) 대주교 아버지는 40년 넘게 공소 회장을 지냈다. 조 대주교는 어린 시절 주일마다 공소 앞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아버지 강론을 들었고, 농사일을 도우며 아버지 신앙을 몸으로 익혔다. 조 대주교의 성소는 공소 앞자리에서 시작된 셈이다.

 유흥식(대전교구장) 주교는 신앙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가장 먼저 가톨릭 신자가 된 특이한 경우다. 논산대건고 재학 시절 세례를 받은 유 주교는 장학금을 보내주는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가까이 했고, 이는 사제성소로까지 이어졌다. 신학교 입학 이후에는 가족 모두 세례를 받아 유 주교의 둘도 없는 후원자가 된 것은 물론이다.

 성소 토양을 마련해준 부모 외에도 신학교 입학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이를 가진 주교도 많다. 구교우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25리 떨어진 김포본당까지 걸어가 미사에 참례했던 최기산(인천교구장) 주교는 중학교 2학년 때, 한동네에서 자란 6촌 형 최기복(인천교구) 신부가 소신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제가 될 것을 결심했다.

 황철수(부산교구장) 주교는 밀양본당의 수녀가 교리시험 성적이 뛰어난 황 주교에게 소신학교 입학을 권유했다. 황 주교는 새 친구들과 단체생활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수녀의 사람 보는 안목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장봉훈(청주교구장) 주교는 김영배(수원교구) 신부가 멘토 역할을 해줬다. 음성본당 복사단장이자 선배였던 김 신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세례를 받은 장 주교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줬고, 매일 미사 참례를 권했다. 중학교 때까지 한 차례도 새벽 미사를 빠지지 않았던 장 주교는 소신학교로 진학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미사 놀이를 하며 자란 김희중(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고등학생 시절 교사였던 원선오(살레시오회) 신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김 대주교는 끈기있게 기도하는 성실함을 가르쳐준 부모와, 겸손과 청빈을 가르쳐준 원 신부의 삶은 본인 사제생활의 모든 것이 될 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고 회고한 바 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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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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