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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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날] 북한이탈주민 현황과 사목적 과제

차별, 편견 버리고 북이탈주민에게 ''좋은 이웃''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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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99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으며 한국교회는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과 함께 북한이탈주민에 주목한다. 분단 68주년을 눈앞에 두기까지 `오래된` 이주민이면서도 정작은 사회 관심권에서 멀어진 이들이 북한이탈주민이어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냉대, 무시, 무관심 속에서 어렵게 남쪽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옥현진 주교는 이번 이민의 날 담화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이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을 주문했다. 이에 탈북 형제자매들은 어떻게 국내에 정착하고 있는지, 생활 실태는 어떠한지, 교회는 또 이들에게 어떤 사목적 배려를 하는지 살펴본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정착 사례

 #김인성(예비신자, 59, 가명)씨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채 못 됐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2011년 4월에 탈북, 3개월 만에 입국에 성공한 그는 세 차례에 걸쳐 가족 4명을 모두 데려와 경기도 부천에 정착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인지 적응이 쉽지 않다. 지난 3월 인천건설기술교육원을 졸업하고 최근 온수ㆍ온돌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 민족이라고는 해도 말도, 풍습도, 법도, 교통질서도 달라 적응하는 일도 버겁기만 하다. 하다못해 카드를 만들고 쓰는 법조차 몰라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무관심은 견딜 수 있어도 자본주의 체제 적응은 정말 힘에 부친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있다. 머지않아 용접기술 등 자격증을 따면 취업을 해서 가족들을 부양할 꿈에 부풀어 있다.

 #대구시 신암동 파티마의 집. 112.397㎡(34평) 규모의 평범한 아파트형 주거 공간에는 탈북 여성들이 맡긴 자녀들 셋과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수도자들이 산다.

 `오갈 데 없는` 탈북여성 자녀들이 둥지를 튼 시설은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중국으로 아이들을 다시 돌려보내는 사례를 본 수도자들이 탈북 한부모 가정 자녀들을 `엄마처럼` 돌보고자 꾸린 공동생활가정, 곧 그룹홈이다.

 2011년 11월에 생겨 1년 6개월간 아이들만 6명이 거쳐갔고, 지금은 6살과 7살,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9살 어린이 등 셋이서 둥지를 틀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일을 하느라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는 탈북 여성들은 한달에 한두 번씩 파티마에 집에 찾아와 아이들을 껴안는다. 수도자들을 `이모`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적응을 잘하고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탈북 한부모 가정 자녀들은 처음엔 힘겨워하지만 금방 적응할 뿐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초등학생의 경우는 부반장까지 맡고 있다고 한다.

 파티마의 집 책임자 박기하(한나) 수녀는 "시설 정원 한계가 5명인데 시설을 늘리기보다는 한두 명이라도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선 지나친 관심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있는 그대로`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현황과 지원 실태

   어찌보면, 새로운 형태의 이주민인 북한이탈주민들. 1995년 큰물(홍수) 피해와 극심한 가뭄에서 비롯된 탈북 행렬이 벌써 18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에 들어와 정착한 탈북자는 총 1509명으로, 2011년까지 6년간 2000명선을 유지하던 입국 러시는 한 풀 꺾였다. 그래도 지난 3월 말 현재 2만 4934명에 이른다. 2007년 1만 명, 3년 뒤인 2010년 2만 명을 돌파했으니 3~4년 뒤면 3만 명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이 삶의 뿌리를 내리는 지역은 서울이 29, 경기도 27, 인천 9로, 서울과 수도권에만 65가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교구인 인천ㆍ수원ㆍ의정부교구의 북한이탈주민 사목이나 사도직 활동이 절실해지고 있다.

 중국 또는 제3국을 통한 탈북 여정은 쉽지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착`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마음만 급할 뿐 모든 게 낯설다. 사회적, 정신적 충격도 크다. 고민도 많다. 상처도 쉽게 받는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정부의 정착지원금은 1인 가구 기준 700만 원. 여기에 장려금으로 직업 훈련 및 자격증 취득, 취업 장려금 등 최대 2440만 원을, 가산금으로 노령ㆍ장애ㆍ장기치료 등에 최대 1540만 원을 지원한다. 이 밖에 임대아파트를 알선하고 주거지원금으로 1인 가구 기준 1300만 원을 준다.

 경제적 곤란도 문제지만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은 훨씬 더 크다. 이질화된 언어 문제나 문화적 차이, 소득 격차 등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다. 국내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이 69를 차지해 여성들에 대한 보살핌이 절실하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운영 쉼터인 성가쉼터 시설장 정예숙(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수녀는 "죽을 고비를 몇 차례나 겪은 북한이탈주민들은 입국 과정에서 안게 된 외상 후 스트레스나 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정방문을 하면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이 들어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살아가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있는 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보면서 이분들에 대한 심리적 치료가 시급하다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교회의 사목적 배려과 과제

 한국천주교회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어려움을 보며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남ㆍ녀 수도회별로 제각기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사도직을 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센터나 정착지원센터, 생활공동체, 그룹홈, 쉼터 등이다. 남녀별로, 연령대별로, 정착 시기별로 성격에 맞게 시설을 꾸리고 사도직 활동을 펴고 있다. 사도직은 주로 탈북 영유아나 아동들, 주택 미배정 여성들, 무연고 청소년들에 집중한다.

 서울대교구에서도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나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살레시오회,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수녀회 등 9개 수도회가 생활공동체와 쉼터를 운영하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도 지난해 새빛 평화의 집을 설립, 북한이탈주민 출신 활동가를 투입해 이탈주민 가정을 돌보는 사도직활동을 펴고 있다. 또 2006년 4월에 문을 연 서울 신월동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새터민정착지원센터처럼 사회복지적, 통일사목적 관점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돌보는 경우도 있다. 예수수도회나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처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지원을 받아 쉼터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북한이탈주민 입국자가 날로 늘어나면서 교회에서도 이들을 위한 전담사목기구를 두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북한 내 선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선교가 가능한 북한이탈주민들을 먼저 복음화하고 이들을 북한선교의 디딤돌로 양성하자는 취지에서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전문 상담기관이나 정착지원센터, 생활공동체, 쉼터 등을 통해 이들의 삶을 부축하고, 북한이탈주민 대상 선교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탈북한 신자들과 함께 「통일 교리서」도 편찬해 통일 이후를 대비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버리고, 본당 내 북한이탈주민부터 먼저 돌보며, 나아가 모든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

 국내에 들어와 정착한 지 10여 년을 넘긴 새빛 평화의 집 활동가 김미경(프란체스카 로마나)씨는 "밖에 나가면 누구도 탈북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서슴없이 털어놓는 분들을 만날 때면 사실은 서글프고



가톨릭평화신문  20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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