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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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 창간 86주년 기획 -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7) 성경해석 - ‘상황 접근’ : 본문은 하나, 독자는 여럿

독자의 세계·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본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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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신학, 본문 해석이 중립적일 수 없음을 전제로
지금까지 어떤 독자 중심으로 해석돼 왔는지를 비판

교회, 성경 해석의 다양한 방법들 인정
근본주의 제외한 모든 접근방식 존중
한 가지 해석으로 온전한 이해 어려워
 
역사학, 언어학과 더불어 이번에는 철학적 해석학이 질문을 던진다.

독자는 과연 중립적일 수 있는가? 중립적이어야 하 는가? 역사비평의 특징들 가운데 하나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본문을 바라보려 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원칙은 유지될 수 있는가?

■ 중립적인 독자?

18세기 말과 19세기의 철학적 해석학은, 같은 본문을 읽는 서로 다른 독자들이 본문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그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러한 이론들은 성경 해석에도 받아들여졌다.

역사비평에서 해석자가 의도적으로 중립적이 되려고 애를 썼다는 사실 자체가, 중립적인 독자라는 개념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방증한다.

본문을 접하기 전의 독자는 진공 상태에 있지 않다. 그에게는 문화가 있고 사회가 있고 역사가 있고 세계관이 있고 기존 지식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배제하고 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최소한 인조적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한다면 이렇게 표현해 보고 싶다. 실제로 신자들이 성경을 읽을 때에는 무균 상태에서 신앙도 기존 지식도 모두 배제하고 본문을 읽는 것이 아닌데 성경을 해석하는 사람이 이러한 주관성을 배제한 해석을 한다면, 그 해석은 과연 누구를 위하여 유용할 것인가? 학자들만을 위해서?

역사비평이 본문 이전의 세계, 본문이 생겨난 세계를 중시하고 저자의 의도를 중시했으며 문학비평의 방법들이 본문 자체의 세계를 중시했다면, 이제 살펴볼 상황 접근은 본문을 읽는 독자의 세계와 독자 자신을 중심으로 한다. 여기에서는 특정한 방법에 머물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 독자들은 본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게 된다는 기본 전제 아래, 자신의 상황으로부터 본문을 읽기 위하여 여러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관심의 초점은 고대의 저자가 고대의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 했는가에 있지 않고 본문이 오늘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있다.

■ 해방신학적인 접근

독자의 상황을 중심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접근법들 가운데 20세기에 중요하게 부각된 것으로는 해방신학적인 접근과 여성해방 접근을 들 수 있다.

독자 중심의 해석에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 중심으로 본문을 읽는 방법을 성경 해석에 적용시킨 대표적인 예가 해방신학적 접근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성경을 해석하려는 해방신학의 입장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은, 이전에 있어온 여타의 해석들이 중립적이었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해석이 중립적일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비판의 관건은 과거의 해석들이 ‘어떤’ 독자의 입장에서 본문을 해석해 왔느냐 하는 데에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성경 해석이 주로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 의해–유럽인, 백인, 남성에 의해–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해석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다른 말로 하면, 기존의 해석들도 정치적이었으되 그 정치적인 방식이 달랐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시작된 해방신학적 접근에서는 사회-정치적으로 억압을 받아온 독자들의 입장에서 성경을 해석하고자 하고, 여성해방 접근에서는 주로 역사비평 방법을 사용하면서 성경 본문과 그 해석사에서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시각을 밝혀낸다.

해방신학적 성경 해석은 20세기 후반에 발전한 사회학적 접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회학적 접근은 독자 중심의 본문 해석에 속하는 것은 아니면서, 성경 본문에 나타난 사회 또는 성경 본문이 작성되는 배경이 되었던 사회에 초점을 맞추어 본문을 연구한다.

예를 들어 이집트 탈출 이후의 영토 정복 과정이나 판관 시대에서 왕정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사회-경제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필자의 견해로는-사회학적 접근이 본문이 작성된 사회를 분석하려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역대기에서 귀향 후의 역사를 기술하는 데에 있어 특정한 요소들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여기에서는 본문이 작성된 당시의 사회상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해방신학적 접근에서는 그러한 설명을 중시한다. 이를 고찰함으로써 지금 독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위해 본문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이다.

해방신학적 접근이나 여성해방 접근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성경 해석이 현실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독자가 억압의 상황 속에 있다면, 성경 주석은 중립적일 수 없고 해방하시는 하느님과 함께 억눌린 이들의 해방을 위하여 투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해방신학은 모든 억압과 수탈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신학으로, 1960년대 후반 라틴 아메리카에서 태동했다.
당시 기득권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탄압하려 했기에 엘살바도르의 로메로 대주교를 비롯해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희생됐다.
사진은 미사 중에 저격 당한 로메로 대주교를 추모하는 행렬.
 

■ ‘본문은 독자와 함께 성장한다’

완전히 객관적인 해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 해석의 주체인 해석자가 본문의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현대의 철학 이전에 이미 5세기에 성 대 그레고리오가 “성경 본문은 독자와 함께 성장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비평이 발전하면서 깨닫게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본문은 끊임없는 재해석의 과정을 거친다. 최초의 발설자로부터 성경 본문이 완성되기까지도 그랬고, 본문이 완성된 다음에도 이 과정은 계속 이어진다.

이 과정에 주목함으로써 성경 본문은 현대의 독자들에게 매우 풍요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첫 저자가 의도한 것만이 아닌, 독자가 자신의 삶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성경 본문의 의미가 당당한 가치를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있고 힘이 있는 말씀이라고 할 때(



가톨릭신문  201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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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3장 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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