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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22) 잃어버린 성사들 3 - 교의신학자 손희송 신부에게 듣는 의미·대안

“성사는 하느님과의 만남·은총의 선물”/ 나름의 개인 노력과 준비는 당연/ 다양한 방식 성사교육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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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는 공기와 같다. 사람들이 공기의 중요성을 망각하듯이 신앙인들은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과 함께하는 성사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이는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큰 선물을 놓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성사’가 없다면 곧 그 안에 담겨 있는 하느님의 현존과 사랑 조차도 잃는 셈이다. 교의신학자 손희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장)와의 인터뷰를 통해 잃어버린 성사들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성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을 대안을 찾아본다.


 
▲ 손희송 신부는 성사를 통한 은총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신앙인 스스로 준비돼야 함을 강조했다.
 

“편리를 추구하는 이 시대는 신앙생활을 하기에 더 힘든 세상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편리해졌다고 하더라도 신앙마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소중한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손 신부는 신앙을 ‘가마솥’에 비교했다. 전기밥솥에 비해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지만 가마솥 밥이 더 찰지고 맛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성사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이 일곱 성사를 통해 주는 은총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신앙인 스스로가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성사는 하느님과의 만남이에요. 그것도 하느님께서 먼저 다가와 좋은 은총을 선물로 주시는 만남이죠. 우리에게는 하느님을 만난다는 자체가 은총인데, 이를 꽃 피우려면 나름의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손 신부가 말하는 준비와 노력은 어렵지 않다. 아무리 바빠도 가치가 있는 일에는 꼭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현대인의 특징이다. 즉, 주님께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드리는 자체가 신앙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라는 것.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사 시작 전 독서와 복음을 미리 읽고, 묵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사와 모든 성사의 절정인 ‘성체성사’를 비롯한 일곱 성사의 본질을 체험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면, 작은 노력도 하지 않고 자투리 시간에 신앙생활을 한다는 의미는 곧 신앙을 고급스러운 취미로 여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보면, 씨앗이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고 금세 죽어버리는 돌밭과 가시덤불 이야기가 나옵니다. 깊이가 없는 우리네 신앙이 이와 같습니다.”

본지가 서울대교구 사목국 일반교육부 협조로 실시한 구역장ㆍ반장 대상 ‘성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관한 설문조사’ 중 ‘성사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자주 참여치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 결과는 ‘돌밭과 가시덤불’과 같은 현대인들의 신앙 의식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손 신부는 30에 가까운 응답자가 성사생활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부담스럽다, 의무에 불과하다는 말은 우리의 준비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신부는 대표적으로 유아세례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을 언급했다. “자녀에게 종교의 선택권을 주겠다는 부모를 요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이 말이 맞는 것 같지만, 실은 부모들의 부실한 신앙 의식을 보여주는 겁니다. 자녀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왜 학원을 보낼 때는 동의를 안 받는 거죠?”

그는 이러한 현실을 부모 자신이 신앙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고, 신앙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예비신자 교리교육과 견진교리교육 외에 성사와 관련된 교육을 마련하지 못한 교회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교육’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성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6가 선택한 ‘성사와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손 신부는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실질적으로 성사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의 교육’(68.4)을 원하는 만큼, 교회가 다양한 방식으로 성사 교육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또 불필요한 형식을 줄이고, 신자들이 ‘편리’가 아닌 ‘편안’하게 주님의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교회의 몫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손 신부는 신자들의 의식이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곱 성사 특히 고해성사는 부담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신자들이 직접 준비하고 노력해야한다는 의미에서다.

“십자가의 고통 뒤에는 부활의 기쁨이 있는 것처럼 성사의 본질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큰 은총의 선물이 있습니다. 이렇게 성사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성사에 제대로 참여할 때 신앙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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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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