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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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 협력의 해] 서울 환경사목위ㆍ평화신문 공동기획- 목마른 하느님

3. 물에서 배우다 / 물, 모든 생명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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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선 영 (마중물가치교육연구소 생태영성교육 연구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학술소위 위원)
 

   지구는 에너지에 대해서는 열려 있지만, 물질에 대해서는 닫혀 있다. 다시 말해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 공급은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이 지속되려면 지속적으로 순환하면서 재이용돼야 한다. 이러한 물질순환은 지구가 생명을 부양하는 방식이다. 지구는 그러한 방식으로 생명을 번성하게 하고 유지해 왔다.

 수문학적 순환(Hydrologic cycle) 즉, 물 순환(Water cycle)은 한정된 지구의 물을 끊임없이 순환시킨다. 태양 에너지에 의해 지표면의 물이 증발해 대기로 올라가면, 이 중 일부는 응결해 비나 눈 형태로 다시 지표면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땅속으로 스며들거나 지표면을 따라 흘러가고, 생물의 몸을 통과한다. 그리고 또다시 증발해 순환이 이어진다. 순환하는 동안 여러 자연적 과정을 거치며 물은 다시 깨끗해진다.

 이 순환에는 토양이나 식물의 표면에서 곧장 증발하는 빠르고 짧은 여정도 있지만, 극지방의 빙하와 눈으로 머물면서 아주 천천히 이동하는 여정도 있다. 이렇게 각각의 고유한 상태와 속도와 다양한 여정을 포함하는 거대한 순환을 통해, 물은 지구 온도를 조절하고 서식지를 제공하며 모든 생명을 먹이고 기른다.

 이렇듯 우리의 생명은 지구의 생명 부양 능력에 달려 있다. 생명을 부양하기 위해 온 지구가 함께 일하기에 우리 인간도 존재할 수 있다. 대기와 땅, 무수한 생물의 도움 없이 우리는 물 한 방울도 거저 얻을 수 없다. 자연의 자연적 기능이 유지돼야 우리의 생존도 보장된다.

 강의 기능을 존중할 때 우리는 수질정화 및 홍수와 가뭄 완화, 비옥한 토양 유지 등의 생태적 서비스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 강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수락하지 않는다. 대신 공학적 수단으로 물을 가두고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러한 결과가 어떠한가? 수문학적 순환의 속도와 흐름이 크게 훼손되고 강수 양상이 변화되면서 오히려 극심한 가뭄과 홍수, 초대형 폭풍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생태적 위기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요인에 의한 결과만이 아니다. 우리 자신을 지구의 생명 부양 능력 덕분에 살아가는 피조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도덕적이고 영적인 위기이다.

 물은 모든 생명을 하나로 묶어준다. 장구한 시간을 거쳐 순환해온 물은 현재의 생명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생명을 연결한다. 장엄하고 경이로운 수문학적 순환은 오늘 우리에게 모든 생명이 서로 깊이 연결돼 있으며 인간도 이 생명공동체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임을 가르쳐준다. 모든 존재가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한 신비로부터, 그리고 서로 연결돼 있으며 공동의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시편 저자는 이 물의 순환에 감탄하며 하느님을 찬미한다.

 "골짜기마다 샘을 터뜨리시니 산과 산 사이로 흘러내려 들짐승들이 모두 마시고 들나귀들도 목마름을 풉니다. 그 곁에 하늘의 새들이 살아 나뭇가지 사이에서 지저귑니다. 당신의 거처에서 산에 물을 대시니 당신께서 내신 열매로 땅이 배부릅니다. 가축들을 위하여 풀이 나게 하시고 사람들이 가꾸도록 나물을 돋게 하시어 땅에서 빵을,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술을 얻게 하시고 기름으로 얼굴을 윤기나게 하십니다. 또 인간의 마음에 생기를 돋우는 빵을 주십니다. 주님의 나무들, 몸소 심으신 레바논의 향백나무들이 한껏 물을 마시니 거기에 새들이 깃들이고 황새는 전나무에 둥지를 트네.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시어 세상이 당신의 조물들로 가득합니다"(시편 104,10-17. 24).

 강을 훼손하는 것은 단순히 강이 제공하는 생태적 서비스의 손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토마스 베리 신부가 지적하듯이, 그것은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지성적, 심미적, 영적 경험을 상실하는 것이다. 강은 우리 인간에게 물리적 자양분뿐만 아니라 내적이고 영적인 자양분을 제공한다. 강은 강의 방식으로, 존재의 깊은 신비를 드러낸다. 흐르고 머물고 넘치면서 온갖 생명을 품고 먹이고 기르는 강은 근원적 신비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한 경외감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 깨달으면서 겸손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창조세계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생명공동체에 참여하는 참여자로서 고유한 자리와 역할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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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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