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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 협력의 해] 서울 환경사목위ㆍ평화신문 공동기획- 목마른 하느님

3. 물에서 배운다 / 4대강 여주 이포보 일대 자연훼손 현장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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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물스럽게 남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이포보.
보가 강물을 가로막아 물이 썩기 시작했다.
 
 
<연재 순서>

1. 물은 생명이다
2. 생물학적 관점으로 본 물
3. 물에서 배운다
4. 동양사상에서 바라보는 물
5. 물은 모두의 것이다 



   "이건 강이 아니라 썩은 물이에요. 맑디맑던 한강 상류가 4대강 사업으로 썩고 있어요."

 5월 22일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이포보에서 만난 여주환경운동연합 전 간사 안은화(41)씨는 시궁창처럼 변해버린 남한강물을 바라보며 가슴을 쳤다. 8년 전부터 여주에서 살아온 그는 "4대강 공사 전 이곳은 주말마다 온 가족이 강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행복한 주말을 보내던 곳"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굴착기가 강바닥을 긁어낼 때마다 내 가슴이 파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안내로 여주군 남한강 일대를 둘러봤다. 남한강은 더 이상 `생명을 품은 강` 모습이 아니었다.

 
 #흉물스런 이포보와 그 일대

 취재 차량이 이포보에 도착하자, 눈에 들어온 것은 남한강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괴기한 모양의 건축물이다. 외계인이 타고 왔을 법한 둥근 우주선 7개가 다리 위에 착륙한 모습의 이상한 구조물이 강을 가로막고 있었다. 바로 이포보다.

 이포보는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공사 완공 기념행사를 열었던 곳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대한민국의 4대강은 생태계를 더욱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7개월여가 지난 현재, 이포보를 흐르는 강물은 심한 냄새와 부유물질로 강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안씨는 "강은 흘러야 하고, 강바닥엔 모래가 있어야 그 모래가 오염물질을 가라앉히고 물을 정화한다"며 "모래를 죄다 긁어내는 바람에 남한강은 점점 썩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설명을 마치고 물속에 손을 넣었다. 심하게 부패한 수생식물과 진흙과 같은 오니(汚泥)들이 잔뜩 딸려 올라왔다. 시궁창에서나 맡을 수 있는 역한 냄새도 났다.

 이포보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가 물 흐름을 막고 있어 유속은 제로(0)에 가까웠다. 보 위에서 내려다본 강물에는 이따금 쓰레기가 떠 있었고, 희뿌연 더러운 물거품이 보 밑에서 뭉게구름처럼 생겨나고 있었다.

 차를 돌려 이포보 오토캠핑장에 갔다. 이곳도 역한 강물 냄새가 나기는 마찬가지다. 새롭게 조성된 이포보 오토캠핑장에는 강변 대신 강에서 멀리 떨어진 주차장 부근 야영장에 텐트가 처져 있었다. 강변에서 낭만적 캠핑을 기대했던 캠핑족들이 냄새 때문에 강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는 모습이다.



 
▲ 여주군 일대에 쌓아놓은 골재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여주군에는 이러한 골재 산이 17군데나 있다.
 

 인근 대로에 산더미처럼 쌓인 골재도 문젯거리다. 강바닥에서 퍼올린 자갈과 모래가 4년째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여주군 일대에는 높이 10m 규모의 골재산이 17개나 있다. 15톤 덤프트럭 100만 대 분량이다. 골재에서도 역한 냄새가 났다. 강에 사는 조개가 썩으면서 나는 냄새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려 인근 농작물에도 피해를 준다. 여주군은 매년 골재 관리비용으로 50억 원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2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골재 관리비로 사라졌다.

 
 #여주대교와 신륵사 일대

 여주대교에서 신륵사가 바라보이는 강 맞은편. 영월근린공원에서 강변유원지 방향 일대를 걸으며 수질을 살폈다. 강변은 충격 그 자체였다. 조그마한 선착장에 들어서자 물 흐름이 끊긴 곳에서는 각종 부유물과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팔뚝만한 누치 사체가 반쯤 썩어 물 위에 떠있었고, 파리떼가 들끓었다.

 나뭇가지를 주워 강물을 저으니, 시커먼 진흙이 뿌연 강을 더 뿌옇게 만들었다. 가는 곳마다 악취로 숨을 쉬기 어렵다. 큰 자갈과 모래마다 부유물이 가득 붙어 썩고 있었고, 4대강 공사 때 버려진 폐건축자재도 강바닥과 모래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강을 이 지경으로 만들려고 수십 조 혈세를 쏟아 부었단 말인가`하고 화가 치밀었다. 고요히 수천수만 년을 흘러온 강에 손을 대 하느님 창조질서를 짓밟은 대가는 처참한 사체로 발견된 누치와 조개, 물고기들이 온몸을 내던져 설명해주고 있었다.

 기자와 함께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안씨는 "그래도 희망을 품자"고 했다. 그는 "강은 창조된 그대로 흐르도록 두면 언젠가는 원래 모습을 되찾지 않겠느냐"며 "4대강 공사 때도 손대지 않고 남겨둔 아름드리 나무가 그래도 희망의 징표"라고 씁쓸해했다.

 여주군 일대 남한강은 "강에 있는 물고기들은 죽고 강은 악취를 풍겨, 이집트인들이 강에서 물을 퍼마시지 못할 것이다"(탈출 7,18)는 성경 구절이 실현되기라도 한 것처럼 악취를 풍기며 썩고 있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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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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