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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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특집]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구심점 ‘참회와 속죄의 성당’

교구·지역 넘는 민족 화해의 일치 염원 담는다/ 내외부는 분단전 북한성당들 재현/ 성미술 작품 면면에도 ‘남북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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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염원을 담아 세워진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식이 한국전쟁 발발일인 오는 25일 오후 2시 거행된다. 2009년 완공된 후 5년 만이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마련되는 봉헌식은 더욱 뜻 깊다. 성당을 관할하는 의정부교구와 성당 건립의 디딤돌이 된 서울대교구를 포함한 한국교회 전체가 기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기념해 진정한 참회와 속죄의 의미를 전달하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을 찾아갔다.



■ 남북 화합의 장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 자리 잡은 참회와 속죄의 성당(담당 이은형 신부)은 최근 냉각된 남북관계와는 달리 평화로워 보였다. 2004년부터 건립을 추진해 오던 서울대교구에서 관할지역인 의정부교구로 관리 업무가 이관된 성당은 그 자체로 ‘화합’을 상징한다. 교구와 지역을 넘어 민족 화해와 일치를 향한 염원은 물론 남북 간의 화합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면적 2078.44㎡(약 630평) 규모의 성당과 민족화해센터는 위용부터 남다르다. 높이 솟은 종탑과 기와지붕의 건물 외형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성당 외형과 내부를 분단 이전 북한에 있던 성당들의 모습으로 재현했다는 이야기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벽돌조에 한식기와가 설치된 외형은 신의주 진사동성당을, 로마네스트 양식의 내부는 함경남도 덕원 성 베네딕도 대수도원 대성당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이는 북한교회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 우리와 함께 살아있는 교회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2007년 이후 공사가 중단된 민족화해센터 역시 평양 외곽 서포에 위치한 메리놀외방전교회 본부 형태를 골자로 설계됐다. 한국 땅에 북한성당을 복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갖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갖가지 성미술 작품들, 특히 제단 위 돔모자이크는 ‘참회와 속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돔모자이크에는 성당 주보인 ‘왕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103위 성인 중 남한과 북한 출신 대표 성인, 좌측부터 성 김효주 아녜스와 김효임 골롬바 자매, 성 고순이 바르바라, 황해도 출신의 성 우세영 알렉시오, 평양 출신 성 유정률 베드로, 성 정하상 바오로, 성 김대건 신부와 성 유대철 베드로 등이 묘사돼 있다.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신앙 선조들의 모습에서 이제는 평화와 신앙 안에서 하나된 민족으로 거듭날 시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작품을 비롯한 성당 내 모자이크 작품에는 남북 화합의 숨결이 숨겨져 있다. 디자인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소장 장긍선 신부)가 담당하고, 북한 최고의 기량을 갖춘 평양 만수대 창작사 벽화창작단 공훈 작가 등 일곱 명이 중국 단동에서 제작한 것. 어떻게 작업이 가능했는지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성당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작업 상황을 확인하며, 협력 작업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자이크 조각은 남한의 미술가들이 무려 다섯 달에 걸쳐 부착했다고 한다.

성당 입구에 설치된 덕원 성베네딕도 대수도원과 신학교 전경, 덕원 수도원 아빠스이자 함흥교구장, 덕원면속구장 신 보니파시오 주교, 평양 대동문과 관후리 주교좌성당 전경, 제6대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 등 모자이크는 북한교회의 흔적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신자들의 끊임없는 관심을 호소하는 듯하다.

이밖에도 서울 이콘연구소 회원들이 약 3년에 걸쳐 작업한 십자가와 열두 사도, 14처 등은 참회와 속죄의 성당의 장엄한 분위기를 한층 자아낸다.

제대에도 남북 화합의 비밀이 있다. 평양에서 퍼온 흙과 성 앵베르 범 주교의 고향 프랑스 흙, 여러 성물을 제대 속에 넣어, 조선시대의 순교자뿐 아니라 현대 순교자들의 피와 땀의 희생을 기리고, 남북이 하나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한반도 평화의 구심점

한국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며 이를 바탕으로 화해와 일치로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건립된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2009년 완공됐다. 하지만 봉헌식을 거행하지 못한 채 4년이 흘렀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 담당 이은형 신부는 “성당이 완공되고 봉헌식까지 공백이 있었는데, 이는 우리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하느님의 뜻인 것 같다”면서 “스스로 반성하고 참회와 속죄할 때 진정한 화해를 이루고 또 통일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성당은 올해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봉헌된다. 참회와 속죄, 화해와 용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기에 이번 봉헌식은 더욱 의미가 크다.

의정부교구는 성당과 민족화해센터를 한국교회는 물론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가꿔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토요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연되고 있는 민족화해센터 공사를 올해 안으로 재개하고, 평화 교육과 통일 이후 북한에 파견할 선교사와 사제 양성 프로그램,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신앙안내지침서 등을 제작할 연구 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라며 “교구를 넘어 분단의 아픔을 살아가는 한국교회가 북한 복음화를 이뤄가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재단 위 돔모자이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당 주보인 ‘왕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103위 성인 중 남북한 대표 성인이 묘사돼 있다.
 



가톨릭신문  201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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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회와 속죄’의 의미를 설명하는 이은형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