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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 창간 86주년 기획 -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16) 학문으로서 영성신학의 필요성

한국교회, 주먹구구식 영성생활서 깨어날 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환점으로 ‘영성신학’ 용어 정착/ 합리적 영성생활 위해 학문으로의 관심·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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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까지 그리스도인의 영적 삶을 다룬 학문을 수덕신학 및 신비신학이라는 용어로 더 자주 일컬었다면,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전환점으로 하여 서서히 영성신학이라는 용어가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1965년에 공표된 ‘사제 양성 교령’은 다양한 맥락 아래에서 ‘영성(spiritualita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즉,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생들의 교육에서 신학생들의 ‘영성생활’을 심화시킬 수 있는 ‘영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사제양성교령’ 4·8·16항). 비록 교령에는 ‘영성신학(theologia spiritualis)’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교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의회에 참석한 주교들과 신학자들은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길 바라면서 교령의 초안에는 ‘영성신학’이라는 표현을 담았다고 한다.

그런데 가톨릭교육성이 1970년에 발표하였다가 1985년에 새 교회법에 맞추어 개정하여 발표한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에서 보편교회는 신학교육의 교과과정을 설명하는 가운데 교의신학 및 윤리신학과 분명하게 구분하여 영성신학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영성신학이라는 과목은 사제 및 수도자의 영적 생활을 연구하여 그들이 처한 신분에 따라 각자 완덕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인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 79항).

또한,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 대학 및 대학교의 운영 규정을 담아 발표한 교황령 ‘그리스도교적 지혜’의 가르침이 올바로 실시될 수 있도록 2주 후에 가톨릭교육성이 제정하여 발표한 ‘시행 규칙’에서도 교의신학 및 윤리신학과 더불어 영성신학을 함께 언급하였다(‘시행 규칙’ 제51조).

이로써 영성신학은 수덕신학과 신비신학을 대신하여 교회에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명칭으로 자리 잡으면서 교의신학 및 윤리신학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독립된 학문분야의 지위를 공고히 하였다. 이후 교회 문헌에서는 ‘영성신학’이 보편적인 용어로 사용되었고, 개념 인식에 있어서도 정착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하여 ‘영성’ 및 ‘영성신학’이라는 용어가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공의회 이전에 이미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신 신학자 푸라(Pierre Pourrat, 1871~1957)는 1927~1931년에 「그리스도교 영성」이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이 책의 서문에서 푸라는 교의신학은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을 가르치고, 윤리신학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과 죄를 제거하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가르친다면서 이 두 신학을 기초로 해서 영성신학이 나온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영성신학은 수덕신학과 신비신학으로 나뉠 수 있다고도 하였다. 이러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사변적인 관점에서 영성신학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고, 고대부터 근대까지 그리스도교 영성 역사를 통시적으로 다루었다.

한편, 프랑스에서 1928년에 기베르를 포함하여 몇몇 예수회 사제들은 「영성 사전」을 출판할 계획을 마련하였다. 1932년 그 첫 권이 출판된 이후 1995년까지 거의 60여 년 동안 총 17부로 구성된 45권의 영성을 주제로 하는 백과사전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출판 중에 ‘수덕 및 신비·교의 및 역사’라는 부제를 첨가하였다. 이 백과사전은 영성신학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주제를 항목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가톨릭교회에서 영성신학 및 영성역사와 관련된 저서들이 출판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전후로 다양한 신분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학자들이 영성신학 분야로 관심을 넓히면서 의미있는 주장들을 제기하였다.

프랑스 출신 철학자 마리탱(Jacques Maritain, 1882~1973)은 개신교 가정에서 성장하였으나, 1906년 가톨릭으로 개종한 후에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사상을 접하면서 평신도로서 가톨릭 신학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리스도교적 인본주의를 펼쳤던 마리탱은 영성신학 분야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을 접목하여 연구하는 가운데 성령의 은사가 인간의 정감적 기능을 통해 작용하면서 신비체험에 다다르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스위스 출신 교의신학자 발타사르(Hans Urs von Balthasar, 1905~1988)는 영성신학을 교의신학의 주관적 측면이라고 생각하였다. 발타사르는 강생의 신학에 관심을 갖고 그리스도를 인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중요성을 계시진리의 가시적 형태로의 전환을 통해 강조하였다. 마찬가지로 영성신학도 믿음, 희망, 사랑의 향주삼덕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실제 삶의 현장 안에서 펼침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이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결국, ‘사랑의 순종’이라고 표현한 발타사르의 영성사상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성장시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드디어, 20세기 후반에 영성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영성신학자들이 출현하게 되었고, 영성신학에 대하여 조직적이고 사변적으로 설명을 시도한 저술들이 출간되었다.

미국 출신 도미니코회 수도자이며 현대 영성저술가인 오먼(Jordan Aumann, 1916~2007)은 1982년에 그의 대표작인 「영성신학」을 출간하면서 “영성신학은 신적인 계시진리와 개개인의 종교체험에서 시작하여, 초자연적 생활의 본질을 밝히고, 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지침을 규정하며, 영성생활의 시초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영혼들의 진보과정을 설명하는 신학의 한 영역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오먼은 도미니코회 수도자로서 역시 토마스 아퀴나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저서 곳곳에 토마스 사상의 방법론을 적용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자가 스콜라신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논리를 알고 있지 않으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프랑스 출신 예수회 수도자이며 현대 영성저술가인 베르나르(Charles André Bernard, 1923~2001)도 1984년에 그의 중요작품 중의 하나인 「영성신학」을 출간하면서 “영성신학은 계시 원리에 입각하여 그리스도인의 영적 체험을 연구하고 그 점진적 발전을 기술하며 그 체험의 구조와 법칙들을 파악하고자 하는 신학의 한 분과이다”라고 함으로써 오먼과 대동소이하게 영성신학을 정의하였다.

베르나르는 예수회 수도자로서 로욜라의 이냐시오의 영성 사상에 자주 조회할 뿐만 아니라, 이냐시오와 유사한 영적 분위기를 갖고 있는 스페인학파라고 할 수 있는 아빌라의 데레사와 십자가의 요한의 영성 사상에도 자주 조회하면서 저술함으로써 오먼의 저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 한국교회는 전례 예식과 성사 생활 등을 통해 신앙인들의 영성생활을 돌보아 왔지만, 보다 합리적인 인식에 기반을 둔 영성생활을 위해 영성신학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땅에 가톨릭 신앙이 들어온 지 어언 2



가톨릭신문  201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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