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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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30) 영성(靈性)의 부재

‘신앙 따로 삶 따로’의 자세가 영성 부재 근본 원인/ 각자 삶에서 그리스도 함께하는 기쁨 없기 때문/ 주님과의 만남·체험으로 참된 신앙여정 회복 필요/ 세속주의 벗어나 예수님 향한 사랑·열정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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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들이 성당에서 기도를 바치며 하느님과의 만남 시간을 갖고 있다.
영성의 회복은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분의 삶을 오롯하게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에서 만난 현실 : 영성이 뭐예요?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는 신자 100명에게 물었다.

“영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반 이상이 쭈뼛거리며 바로 입을 열지 못한다.

신자들과 영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다보면 10분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십 년 신앙생활을 해온 신자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교회에 다니면서부터 영성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고 지금도 여기저기서 듣고 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많은 신자들에게 ‘영성’이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고 그래서 어렵게 다가온다. 교구나 본당은 물론이고 교회 내 조그만 단체나 모임 할 것 없이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영성’을 신앙이라는 식탁에 빠지지 않는 메뉴로 올려놓고 있지만 실상 제대로 소화되어 본 적이 없는 모습이다. 아니, 눈길도 받지 못하고 식탁에서 사라지고 마는 형국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순교영성, 평신도영성, 문화영성, 생태영성 등 수많은 영성이 붐을 이루는 상황에서도 ‘영성’은 신자들의 삶의 고개를 넘지 못하고 언저리만 맴돌고 있는 모양새다.

“그거 몰라도 신앙생활 잘 해왔는데….”

“우리, 그렇게 어려운 말 잘 몰라요.”

어려운 문제를 앞에 둔 수험생처럼 ‘영성’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는 신자들도 적지 않다.

“그럼 어떤 영성을 가져야 하는 거죠?” 이런 물음으로까지도 나아가기 힘든 실정이다.

영성의 부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러한 현실은 한국교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영성의 부재 ≒ 신앙의 위기 -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

종교의 위기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오늘날, 종교가 맞닥뜨린 위기는 영성의 위기에 다름 아님을 알 수 있다. 종교발 영성의 위기는 종교의 위기로만 그치지 않고 시대의 위기로 증폭돼 나타나는 모양새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어쩌다 가톨릭교회도 영성의 부재를 염려하는 종교의 대열에 끼게 됐다.

종교 위기의 양상이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면서 영성이란 말도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변용돼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신자들은 여전히 영성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그림자만 좇고 있는 모양이다.

신자들에게 어렵게만 다가오는 영성은 개인이나 공동체가 지닌 믿음과 그 믿음을 드러내는 표현의 총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의 도움으로 형성되는 영성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신관과 세계관, 윤리관, 가치관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영성은 하느님과 자기 자신, 이웃, 그리고 세상에 대한 자기 초월적 사랑으로 형상화된다.

오랜 세월 무수한 변화를 겪으며 다져진 그리스도교 영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고 하느님 백성인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공유한다는 믿음이다.

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 황종렬(레오·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소장은 “영성은 그 시대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모습대로 살아내는 힘”이라고 역설하고 “영성이 없다는 말은 시대를 살아낼 동력을 갖지 못한다는 말이며, 달리 말해 시대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눈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도 영성에 뿌리를 둔 시각의 부재는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게 한다. 시대를 보는 눈을 갖지 못하니 시대를 개척해나갈 ‘복음화’의 동력이 달릴 수밖에 없다. 복음화 동력의 부재는 곳곳에서 또 다른 결핍들로 이어진다. 사제는 사제대로, 일반 신자들은 그들대로 영성의 부재를 토로한다.

황종렬 소장은 “교회의 지체들이 각자의 삶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따르는 기쁨이 없기 때문에 영성의 부재가 나타난다”면서 “기쁨과 보람이 없는 일은 아무리 거창한 명목을 붙여도 고역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때 기쁨이 되살아나고 삶의 동력을, 존재의 이유를 회복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 체험을 통해 영성을 찾아나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세속주의다. 이미 교회 안으로도 깊이 파고든 세속주의의 결과로 왜곡된 개인주의적인 영성이 가톨릭 영성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개인주의적인 영성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을 소극적이고 개인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면서 교회에서 교회다운 모습을 앗아가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 격화되고 있는 세속주의에 따라 개인주의적으로 흐르는 영성들로 인한 문제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올바른 영성이 부재한 현실 속에서 갈수록 그 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향락주의, 천박한 소비주의, 자기중심주의, 모호한 영성주의, 유사종교 등은 ‘신앙 따로 삶 따로’인 표리부동한 신앙생활로 이어지며 영성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송용민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는 “영성의 부재와 신앙의 위기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멈추고 사색하지 않는 종교성 부재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 신부는 “교회는 개별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위한 기능적 조직이 아니라 서로 친교를 나누며 영적 교류를 통해 일치를 경험하는 공동체”라며 “교회가 우리 시대 빛과 소금으로 참된 일치와 구원의 은총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서는 교회 스스로 현실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지치지 않는 사랑과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내적 역량(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 김덕우 신부의 석사논문 ‘한국가톨릭교회 세속화에 대한 경험적 연구’(2006년)를 보면 개인적으로 흐르는 영성이 교회에 던져주는 도전의 실상을 볼 수 있다.

한국갤럽의 통계를 바탕으로 한 이 논문에 따르면, ‘종교를 믿는 이유’를 묻는 물음에 지난 1984년 조사에서는 ‘마음의 평안’을 꼽은 응답이 37에 그쳤지만, 20년이 지난 2004년에는 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원한 삶’, ‘삶의 의미’ 등의 응답은 ‘마음의 평안’에 비해 극히 낮은 비율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의 심리적 측면의 동기에서 비롯된 신앙이 교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앙생활에 있어 개인의 취향에 맞는 것들만을 선택하고 이를 지키는 것으로 만족하는 개인주의적 경향이



가톨릭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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