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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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24) 영적 돌봄 3 -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영적 돌봄

고통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초대하는 영적 돌봄/ 고통 받는 상태일수록 영적인 요구 활발해져/ 영적 돌봄 통한 환자의 전인적 안녕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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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우리 모두에게 혼란스럽고 힘든 체험이다. 단순한 질병이라 할지라도 영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을 우리 마음 안에 던져 준다. 하물며 생명을 위협하는 암을 진단 받은 경우에는 갑자기 얼마나 다른 현실이 되겠는가? 그동안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던 가치관이 흔들리고, 삶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체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인도하였던 지표가 갑자기 바뀌게 되고, 삶의 방향을 잃게 된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존재론적 질문들이 떠오르며 멈추어 서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이러한 성찰을 통해 고통 속에서 영혼이 깨어나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암으로 사망하게 되는 요즘, 우리는 주변에서 많은 암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장기간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연민어린 마음으로 지켜보며 이들의 깊은 내면에 있는 영적인 갈망은 무엇인지, 어떻게 영적으로 돌보아 치유를 도울 수 있는지 숙고하며 이를 탐구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통 받는 이들의 영적 요구는 무엇인가?

암 진단과 치료 과정 및 예후는 환자의 삶에 커다란 충격이며, 신체적인 문제와 더불어 불안과 우울, 무기력 같은 정서적 및 영적인 고통을 유발한다. 이처럼 인간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태에서 영적인 요구가 활발해져 영적인 돌봄이 절실히 필요하게 된다.

적절한 영적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선 우선 환자의 영적요구를 파악해야 되는데 서구에서 개발한 도구 이외에 한국문화권에 적절한 도구는 없었다. 이에, 수 년 전 필자와 ‘영성연구팀’은 암환자와 가족의 심층적 인터뷰를 통하여 영적요구를 파악하여 신뢰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게 되었고, 이를 연구와 실무에 이용하고 있으며 SCI급 국제학술지에도 발표하였다.

한국의 암환자와 가족들의 영적요구는 ▲희망과 평화에 대한 요구 ▲삶의 의미와 목적의 추구 ▲사랑과 유대감 ▲죽음의 수용 ▲신과의 관계에 대한 요구 등 다섯 개의 영역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종교의 유무를 막론하고 영적 요구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 당시 병동의 수간호사가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해당 의료기관으로부터 자신들의 영적요구를 충족시키는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느끼며, 이러한 사실은 환자 만족도와 돌봄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서구의 연구에서 드러났다. 현 의료계에서 전인적 관점의 돌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됨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영적 돌봄은 의료 현장에서의 인식과 준비 부족으로 거의 간과되는 실정이다.

환자들의 영적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영적 고통을 경험하게 되며 불안과 우울, 수면장애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건강관리 전문가들이 환자의 영적 요구를 민감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으며, 자격을 갖춘 원목팀과 다학제간 공동협력으로 영적 돌봄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영적 돌봄이 가져오는 변화는 무엇인가?

영성적 차원의 돌봄이 다양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전인적 안녕에 유익하다는 것이 연구로 입증되고 있다. 즉, 삶의 질 향상, 신체적 안녕(통증 완화, 면역력강화), 심리 정서적 안녕(스트레스 대처, 우울 및 불안 감소) 및 영적 안녕에 유익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영적인 자기 돌봄은 혼자서 또는 그룹으로 수행할 수 있는데 자신의 성향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영적인 감각 및 진정한 자아와의 만남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 방법은 명상, 기도, 피정, 성경 및 영적 독서, 미사와도 같은 종교예식에의 참여, 예술품 감상 등이 포함된다. 또한, 걷기산책, 하이킹, 초원이나 물가에 조용히 앉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영적 자기 돌봄을 통하여 몸•마음•영혼은 내적조화를 이루고, 잃어버린 자아를 회복하며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암환자들의 전인적 안녕을 도모하기 위한 영적 돌봄 중재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고통에 시달리는 암환자에게 간단한 설문 조사가 아닌,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중재연구는 실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필자와 ‘영성과 건강연구팀’은 이미 간호팀에서 효과가 입증된 영성기반 스트레스완화 프로그램을 암환자들에게 적용하는 시도를 하였다. 환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5주 동안 매주 중재하였고, 그 결과는 그들의 불안, 우울, 그리고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중재연구는 일 년 반 이상의 긴 시간과 노력, 인내를 요했던 도전적인 과제였지만, 환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그들의 내적인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변화를 목격하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우린 또한 이 프로그램을 녹음하여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언제라도 반복하여 듣도록 도와주었다. 감동적인 체험이 많으나 지면관계상 두 분의 경우만 일부 발췌하여 나누고자 한다.

- 유방암 환자의 체험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택하고, 일어날 때와 잠들기 전, 산책, 대중교통 이용 시, 집안일을 할 때에 틈틈이 암송하기로 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반복적인 암송기도의 효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산책을 할 때 누군가 내 곁에 있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따뜻하고 평화로워졌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이 새삼 아름답게 보이고 그 존재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의 향기, 바람, 구름 등 이 모든 자연은 선물이었다. 또 잠들기 전에 하는 암송기도도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끔, ‘내일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으로 잠자는 게 두려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분이 나와 함께해 주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고, 꿈을 꿔도 기분 좋은 꿈을 꾸게 되었으며 아침을 맞는 것이 행복해졌다. 무엇보다 행복한 것은 가족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2년간 사춘기인 딸의 태도가 못마땅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 딸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부드러운 말을 하려는 나를 발견했다. 그 덕인지 딸 또한 내 입장을 많이 이해하고, 학교생활, 친구들 이야기를 하며 친밀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병 전 직장일과 육아, 집안일을 모두 챙기느라 바쁘고 정신없는 삶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남편에 대한 원망도 많았었다. 그러나 이제 남편의 성장 환경을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상처 받을까봐 십여 년이 넘게 남편을 향해 치고 있던 방어벽이 어느새 허물어진 것이다. 그런 마음이 남편에게 전달된 것인지, 남편도 예전과 다르게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부모의 대화가 예전과 다르게 부드러워지고 농담하며 웃게 되니, 아이들도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 대장암 환자의 체험

‘대장암’, 이 한마디 말로 눈앞은 새하얘졌으며 몸은 떨렸고 정신은 혼미하였다. 삶의 허탈함을 느끼며 분노가 들끓었다. 항상 새벽에 출근해야 했던 지난날의 생활은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하루 2갑 정도의 담배와 10여 잔의 인스턴트커피를 새벽부터 온종일 마시게 되었다.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부족이 이어져왔던 것이다. 이제 나는 치료약 때문에 생각하기도, 중얼거리기도 힘들지만, 억지로라도 “주님, 감사합니다!”를 암송하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대로 장소 가리지 않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몸과 마음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불안과 초조, 그리고 공허한 마음이 감소됨을 느꼈다. 날이 지날수록 가끔은 통곡에 가까운 눈물도 흘리기 시작했다. “주님,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나는 실제로 기도하게 되었고, 기도를 통해 많은 변화와 평화, 그리고 축복을 얻는 놀라운 체험을 하고 있다. 주님께 감사 기도하고 욕심을 버리려 노력하며 매사에 감사하니, 모든 것이 평안해지고 이제 심지어 병에 걸린 것조차 감사하게 만



가톨릭신문  201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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