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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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31) 기도를 잃은 믿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든 원동력은 바로 ‘기도’/ 기도를 무거운 짐이나 의무처럼 생각하는 경우 많고, ‘필요성’ 알고 인식하지만 ‘기도방법’에는 막막함 느껴/ 기도학교 등 교육 통해 정확한 개념 알고 생활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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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기본적인 신앙 양식이다. 성 이냐시오, 성녀 테레사,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은 기도로써 하느님과 만나고 대화하며 영성을 키워나갔다. 많은 현대 신앙인들도 기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변화된 사고방식’(「믿음의 문」 12항)이 팽배한 이 시대에 기도는 영적 가치마저도 상실해 가고 있다.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기도를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의교서 「믿음의 문」을 통해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해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6항)라고 설명한 신앙의 해는 기도생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만큼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잃어버린 기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잃어버린 믿음의 문

교회는 오래 전부터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아침·저녁 기도, 삼종기도, 성무일도 등을 제정해 신앙인들이 꾸준히 기도하며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제자들의 요청에 친히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시고, 끊임없이 청할 것을 당부했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주님의 기도’뿐 아니라 교회의 전통적인 기도들을 하면서 하느님께 청하고 또 청한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도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세속주의와 상대주의가 만연돼 있는 이 시대에 기도에 대한 신자들의 열정도 점차 식어가고 있어 교회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신자들은 기도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년간 냉담을 하고 있다는 박모(프란치스코)씨는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몰라 기도를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신앙생활에서도 멀어졌다”고 말했다.

기도를 마치 무거운 짐이나 의무처럼 생각하는 신자들도 있었다.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김지연(마리아)씨는 “묵주기도나 삼종기도, 주모경 등 교회에서 제정한 기도를 안 하면 믿음이 약한 것 같아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만 그 외의 기도는 잘 모른다”면서 “그나마도 대부분 개인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할 뿐 나머지는 의무적인 경우가 많다”고 고백했다.

교회 내 영성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하느님 현존을 체험하지 못하고, ‘의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도를 의무로 여기면 결국 기도에 대한 애착도 없어질 뿐 아니라 기도의 깊이를 맛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예수회센터장 정규한 신부는 “하느님 현존 체험을 할 때 하느님과의 대화와 만남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을 조용하게 만들어 주님의 소리를 듣고, 그 안에 머무는 체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기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기도다. 신앙인에게 기도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어야 한다.
 
 

기도의 기쁨을 찾는 여정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북돋고자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앙의 해를 선포했다. 신앙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하고자 마련된 신앙의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기도생활을 되돌아보기에 적합한 시기다.

많은 신자들은 “기도는 공기와 같다”고 말하면서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기도해야하는지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교회 내에 기도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제한적이며, 바쁜 세상살이에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신자들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당 차원에서 신자들에게 기도 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의정부교구 토평동본당은 올 3월부터 기도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천교구 일신동 본당은 매달 기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수회의 ‘기도학교’는 신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예수회센터는 매주 일요일 주일피정을 마련하고 ‘기도’와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도 교육 프로그램은 신자들에게 ‘기도하기 좋은 몸’을 만들도록 단련시켜, 지속적인 기도를 가능하게 한다.

예수회센터의 주일피정을 지도하고 있는 정규한 신부는 기도의 개념을 언급했다. 정 신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과 일반적인 개념이 다른 경우가 있다”면서 “기도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정확히 알고 영성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이론 강의와 훈련과 실습이 불가피하다”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기도다. 영성 전문가들은 특별한 기도가 아니더라도 아침, 저녁으로 성호를 긋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제안한다. 매일같이 기도를 훈련하면서 생활화하며, 더 나아가 기도문 안에 담긴 하느님을 체험하라고 덧붙였다.

최인각 신부(수원가대 교수)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봉헌하면서도 구절마다 묵상을 하면 기도는 매일 달라지고, 내 삶을 성찰할 뿐 아니라 주님께 다가가는 영적 성숙을 이룰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작은 형제·자매 관상 선교회 창립자 안드레아 가스파리노 신부는 “그리스도인이 기도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앙인에게 기도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든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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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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