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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성월 기획] 갈매못·서짓골, 이곳에 순교 성인들이 있었네! (3)

“천국과 지옥이 잠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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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블뤼 주교
 

 
▲ 앵 신부
 

 
▲ 매트르 신부
 

 
▲ 황석두
 

 
▲ 장주기
 

사형 선고가 내려지다

“여러 해 동안 내포지역에 거처하면서 동서로 분주히 다니며 사악한 천주교를 전한 것이 어지럽기 이를 데 없다 할 것이다.” 다블뤼 주교, 위앵·오매트르 신부, 황석두에게 병인년(1866년) 3월 23일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그해 3월 19일 서울에 압송돼 포도청에서 배교와 밀고를 강요당하며 극심한 고문을 당한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1845년 10월 조선에 입국한 다블뤼 주교는 1866년 3월 7일 제4대 조선교구장 베르뇌 주교가 새남터에서 순교하면서 교구장직을 승계해 제5대 조선교구장이 됐다. 다블뤼 주교가 천주교를 열심히 변호한 데다가 천주교의 우두머리라는 이유로 주교에게 곤장과 몽둥이질이 집중됐다.

서울에서 피를 흘리는 흉사가 있으면 국혼(國婚)에 좋지 못한 징조가 될까 두려워 조정은 사형수들을 보령 고을 수영(水營)이 있는 반도 즉 갈마연(현 갈매못성지)에 데려가 처형하라는 명을 내렸다. 다른 신앙의 증거자인 배론의 회장 장주기도 같은 명을 받았다.

‘국혼’이라 함은 명성황후가 3월 20일 고종의 왕비로 책봉되고 다음날 대혼례가 있었던 일을 말한다. 그러나 다블뤼 주교 등이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 3월 23일, 처형된 날이 3월 30일로 대혼례 이후이므로 ‘해읍정법(該邑正法, 정법은 사형이라는 뜻임)’의 관례에 따라 처형장소가 결정됐다는 이설도 있다. 해읍정법은 ‘본래 살던 지역으로 보내 처형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한다’는 조선의 사형 원칙 가운데 하나다. 대전교구 하부내포성지(부여·보령·서천·청양) 전담 윤종관 신부는 “다블뤼 주교의 주 사목지가 충청도 내포지역이었고 조정에서는 사학의 무리가 창궐하는 내포에서 조선교회의 우두머리를 본보기로 죽여 영(令)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장으로 곧바로 가거라. 우리는 내일 죽어야 한다.”

다섯 순교자는 말을 타고 처형장으로 압송됐다. 몽둥이질로 처절하게 부숴진 그들의 다리는 유지(油紙, 기름종이)로 싸서 헝겊 몇 조각으로 잡아맸다. 머리에는 몽두(蒙頭, 죄인의 얼굴을 가리는 물건)를 쓰고 목에는 오랏줄이 걸렸다. 순교자들은 성가를 부르고 열렬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처형 하루 전인 병인년 3월 29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에 처형장 근처에 도착했다.

포졸들이 이튿날 이웃 읍네를 돌며 사형수들을 구경시킬 계획을 서로 짜는 소리를 듣고 다블뤼 주교가 불호령을 내렸다. “내일 형장으로 곧바로 가거라. 우리는 내일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돌아가신 그 날(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예수를 위하여 피를 흘리고자 하는 경건한 소망이 담긴 위엄 있는 어조에 포졸들과 군사들 모두 감히 한 마디 말도 못하고 그가 시키는 대로 시행했다.

형장은 갈마연의 모래사장이었다. 군사 200여 명이 주변에 늘어서서 몰려드는 구경꾼 무리를 막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특별히 무장한 군사 9명이 배치됐지만 신자들은 한 발자국이라도 순교자에게 다가가려 안간힘을 썼다. 귀에 화살을 꽂은 채 다블뤼 주교를 따라 형장으로 나아가던 위앵 신부와 오매르트 신부가 떨자 황석두가 묻기를 “신부님, 앞에서 왜 그렇게 떠십니까? 죽기 무서워서 떠십니까? 천국과 지옥이 여기 잠깐에 달려 있습니다” 했다. 다블뤼 주교도 “어서 나아가지 아니하고 이리 더디 가느냐”고 호령했다. 순교자들은 처형되기 전 이승에서 마지막 술과 음식인 다담상(茶啖床)을 받아 먹었다.

망나니가 제일 먼저 다블뤼 주교의 목을 칼로 내리쳤지만 치명적인 상처만 났을 뿐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망나니가 “칼이 들지 않는다”며 일을 중단하는 비통한 일이 생겼다. 비열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다블뤼 주



가톨릭신문  201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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