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노인의날] 40여 년 신앙일기 써온 전덕순 할머니

감사, 사랑 넘쳐 글로 기도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야훼 하느님이시여! 하찮은 저에게 다시 하루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주님께 편지를 쓰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올해 93세인 전덕순(엘리사벳) 할머니는 주님을 믿기 시작한 50세 때부터 틈만 나면 노트를 펼치고 펜을 잡았다. 주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다.

 오랫동안 자신만의 `신앙일기`를 써온 전 할머니를 13일 할머니가 살고 있는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센터장 박지숙 수녀)에서 만나 일기문을 들여다봤다.

 전 할머니가 쓴 글 대부분은 주님과 성모 마리아가 옆에 계신 것처럼 쓴 편지들이다. 세로로 써내려간 글자는 하나같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다. 주님을 대하는 어르신의 올곧은 마음을 닮은 듯하다. 어떤 글은 A4용지 크기의 노트 한바닥 가득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함께 느끼듯 썼다. `하느님 아버지께`, `좋으신 성모 마리아님께`로 시작하는 대부분 글에는 `감사`, `기쁨`, `기도`와 같은 단어가 넘쳐난다.

 전 할머니는 "강론 중 와 닿는 이야기나 주보에 있는 좋은 글을 읽고 나면 주님을 향한 마음이 그렇게 벅차게 다가왔다"면서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주님이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주님과 마주하고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전 할머니는 `겟세마니 고통과 번민 묵상`이란 글에서 "혈관이 터져 피땀이 비 오듯 온몸에 흐른 것을 보면 얼마나 혹독한 근심과 번민으로 괴로워하셨는지 만분의 일이라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라며 고령의 어르신이 쓴 글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감수성으로 표현했다.

 어떤 편지글에는 "오 주님! 제 마음의 고동소리가 날 때마다 죄인을 위하여 은총과 용서를 비는 기도가 되게 하소서"라며 시처럼 적었다. 이렇게 쓴 글들은 과거 몇 차례 주보에 실리기도 했다.

 젊은 시절 옷감과 병풍 등에 자수(刺繡)해서 여섯 딸을 키운 전 할머니는 글짓기를 따로 배워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저 책 읽는 것을 좋아해 거기서 자연스럽게 익힌 좋은 표현을 주님을 향한 마음을 적는 데 쓴 것이다.

 지난해 센터에 입주한 전 할머니는 이곳에서도 매주 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한다. 평일 성경공부 시간 맨 앞자리도 어르신 차지다. 지금도 틈나면 침대 머리맡에 둔 노트를 꺼내 들고 돋보기 없이도 일기를 쓴다. 전 할머니의 신앙일기를 본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간다. 그럴 때마다 어르신은 사랑하는 주님께 `러브레터`를 써보길 권한다.

 "이제는 늙어서 그런지 글을 써도 예전처럼 깊이 묵상되지 않아요. 늘 주님 생각나고 사랑받고 싶어요. 주님 이렇게 갈망하는데 정신이 여전히 맑으니 도와달라고 계속 기도드립니다. 하느님, 성모 마리아님 사랑합니다." 

글ㆍ사진=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9-2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3

마르 6장 31절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