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도 `하면 된다`는 마음을 갖게 해줘요."(권계순 레지나)

　"음악은 거짓말을 안 해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요."(강동희 로사)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 `가톨릭 영 시니어 아카데미` 기타 두레 졸업생 연주단인 `로고스 기타클럽`(단장 강동희)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디엠아트센터에 모여 기타 연주를 하며 얻은 기쁨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든다. 회원들이 이날 디엠아트센터에 모인 것은 이날 저녁에 로고스 기타클럽의 세 번째 정기연주회가 있기 때문. 연주회 3시간여를 앞두고 회원들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로고스 기타클럽은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인 젊은 노인들이 주축을 이룬다. 젊은 시절에는 기타를 배울 시간이 없었거나 기타 소리를 듣는 것에만 만족해 왔지만, 은퇴한 뒤 새로 기타를 잡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연습하는 것을 엿들으니 경력이 1~3년에 불과한 노인들의 기타 연주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회원 16명이 `스페인 음악과 영화 음악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합주 또는 독주를 선보여 가을밤을 뜨겁게 달궜다. 회원들이 주름진 손으로 스페인 민요 `사랑의 로망스`와 영화음악 `쉘부르의 우산` 등을 연주하자 또래 관객들 표정에 감동의 물결이 인다. 얼마 전 쌍둥이 손자가 태어나는 바람에 손자가 넷이 됐다는 이은용(안젤라)씨는 아기를 돌보느라(?) 연습량이 부족했는지 독주 때 실수를 몇 차례 했지만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인생 정점을 지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의 연주는 유치원생들이 졸업식 때 처음으로 부모님 앞에서 선보인 연주회만큼이나 주위를 감동으로 물들였다.

　로고스 기타클럽은 2010년 5월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첫 연주회를 열었다. 기타 두레 4기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기타클럽이 결성됐고, 해를 거듭할수록 졸업생이 늘어나면서 회원도 늘어났다. 요양소 환자 위로공연 등 봉사 연주회도 해왔다. 단체 연습의 어려움 등으로 해체됐다가 지난해 `로고스`라는 이름으로 재창단됐다.

　기타 연주가 회원들에게 주는 기쁨은 어마어마하다. 로고스 회원들 표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회원들은 한결같이 `나도 할 수 있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또 다른 재능(기타 연주)에 대한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기쁨을 주위 이웃과 나눌 생각에 다시 한 번 행복으로 가득하다. 비신자였던 강신근(스테파노, 67, 서울 고덕동본당)씨는 클럽 활동을 하다 하느님 자녀로 거듭나기도 했다.

　강동희(로사, 67, 서울 서초동본당) 단장은 "가영시아와 로고스 기타클럽 활동을 하면서 젊을 때보다 더 기쁘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신앙 안에서 기타를 매개로 각자 인생의 어려움을 헤쳐가는 우리 회원들은 자신뿐 아니라 주위 이웃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참 신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