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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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32) 고도경쟁사회 속에서의 영성

영성, 개인 체험 아니라 그리스도 따르는 삶의 태도/ 경쟁에 지쳐 위로 명목으로 영성 찾는 현대인/ 영에 대한 이해 없이 유사·신흥영성 등에 솔깃/ 각자 삶 안에서 말씀 실천하는 것이 영성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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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온갖 시험과 경쟁 무대에 내몰린다. 직장생활에서, 심지어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의 순위를 확인하며 경쟁하는 현대인들. 고도의 경쟁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등의 질문은 점점 잊어가고 있다.

대신 입버릇처럼 “바쁘다”라고 말한다. ‘최고’, ‘최대’, ‘최초’가 되기 위해 바쁘게 쫓아다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일등지상주의에 젖어든 모습이다.

그러한 삶에서 신앙은 외면당한다. 하느님이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틀로 삶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지친 삶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영성을 갈구하다, 유사영성 혹은 신흥영성 등에 빠져드는 부작용도 왕왕 만날 수 있다.

영성은 잘 다듬어 보급하는 상품이 아니라 전인적인 삶의 태도라고 설명할 수 있다. 고도의 경쟁사회 속에서 비뚤어진 삶의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이 영적 존재라는 그리스도교적 인간관의 회복이 절실하다. 하느님을 외면하고, 인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삶의 태도에는 올바른 영성이 깃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일등지상주의로 내달리는 경쟁사회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일례로 포스트 스마트 시대에 들어서면, 스마트폰 하나로도 생활 반경 내 대부분의 사물들을 인터넷으로 관리, 조정한다. 한국사회 미래 IT 트렌드는 그 어떤 나라에서보다 빠르게 생활의 스마트화를 향해 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왜 이렇게 ‘스마트’에 열광할까. 편리한 일 처리, 효과적인 시간 관리 등을 대표적인 성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마트화된 현대인들도 여전히 바쁘다. 너나 할 것 없이 일등이 되기 위해 내달리고, 잠시라도 멈출라치면 불안감에 휩싸인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를 살펴보면, 한국은 36개 회원국 중 34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한국의 ‘더 나은 삶’ 지표 중 ‘공동체’ 항목은 10점 만점에 1.6점으로, 11개 항목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공동체는 뒷전, 내가 일등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심리가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일등지상주의로 점철되는 고도의 경쟁사회 흐름에서 물러서기 위해서는 이제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실정이 됐다.

십자가의 구원이 없는 영성 난무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세상에 끌려가는 삶을 살곤 한다. 게다가 의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 각종 학문 분야에서 심층적인 성과를 이뤄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답하고, 나아가 하느님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고 있다.

영성신학자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는 “인간에게는 육신과 정신만이 아니라 영이 있지만, 영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육신과 정신으로만 살다보니 경쟁주의, 세속화 등에 더욱 빠르게 휩쓸린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영성을 갈구하는 가운데 유사영성, 신흥영성 등에 빠져드는 분위기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과학적 합리주의, 실용주의, 물질만능주의 등도 영성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사회흐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톨릭교회의 보화로 꼽히는 전통 영성들을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재해석하고 소개하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영성신학자 정제천 신부(예수회)는 “유사영성, 신흥영성에 기웃거리는 것은 기도나 영성을 태권도 혹은 피아노처럼 배워서 익히면 되는 하나의 기술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며 “영성을 추구하려면 회심을 바탕으로 삶의 태도를 바꿔야지, 운동하듯이 기도만을 반복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큰 가치를 지니는 가톨릭 영성

가톨릭 영성은 현대사회 안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새로운 인간관과 신관, 문화관 등을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해하도록 이끈다. 영성 관련 전문가들은 가톨릭 영성이 현대인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눈높이에 맞게 소개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제천 신부는 “진정한 영성은 개인주의적이고 내밀한 체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삶의 태도”라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가톨릭 영성은 십자가 없는 구원을 속임수라 가르친다”고 전했다. 또한 정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따르려는 뜻은, 삶의 십자가를 회피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기꺼이 안아 받는 삶의 태도를 이어가게 한다”고 조언한다.

영성신학자 방효익 신부(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 주임)도 “가톨릭 영성이 현대인의 삶에 올바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영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며 “누가 잘났고 못났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자신의 삶과 생활환경 안에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영성생활”이라고 설명한다.

가톨릭 영성 관련 전문가들은 고도의 경쟁사회 속에서 밀려다니다시피 하는 현대인들에게 2~3분 정도라도 잠시 멈춰 묵상하고, 영적 대화하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갖길 권고한다. 거창한 피정이나 긴 시간동안 이어가는 성체조배 등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짬짬이 의식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울러 전승과 발전을 거듭해온 가톨릭 영성들을 통합, 체계적으로 정리해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성 원리를 제시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한 신자가 성경 통독을 하고 있는 모습.
영성신학자들은 영성 추구를 위해서는 말씀을 가까이 하는 생활과 함께 회심을 바탕으로 한 삶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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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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