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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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뿌리깊은 나무가 되어] 4.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3>아기 엄마들의 미사 준비 모임

<16> 지구장좌성당마다 아기 엄마 모임 하나씩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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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오금동성당 아기 엄마들의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이 아기들에게 기도손 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 아기들의 신앙교육은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홍은정씨가 주일 복음말씀을 읽자 지안양이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이힘 기자
 


 `사목 사각지대`에 낀 신자 계층이 있다. 바로 아기 엄마다. 청년은 아니고 장년이라기엔 너무 젊다. 이들을 위한 단체나 모임도 없다. 게다가 주일미사에 오더라도 아기를 돌보느라 그날 강론이 뭐였는지, 복음 말씀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같은 처지의 아기 엄마들이 주일미사에 제대로 참례하고 싶어 모임을 만들었다. 매주 화요일 오전 서울 오금동성당 유아방에는 송파구 본당 엄마들이 주일미사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모임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1일 오전 이들을 찾았다.


 오전 11시가 지나자 아기 엄마들이 아기를 안고 하나둘씩 유아방에 모습을 드러낸다. 둘째를 임신해 만삭인 홍은정(마리아, 30, 서울 석촌동본당)씨를 비롯해 역시 만삭인 친언니 홍은미(크리스티나, 32, 석촌동본당)씨가 각각 딸을 데리고 왔고, 최영은(마리로사, 34, 가락동본당)ㆍ조아라(마리아막달레나, 34, 잠실7동본당)ㆍ이경은(가타리나, 33, 가락동본당)씨도 아기를 안고 왔다.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처음 모임에 참석한 배지영(체칠리아, 38, 문정동본당)씨까지 모두 6명이 모였다. 엄마들이 모두 모이자, 주일미사 때처럼 유아방이 시끌시끌하다.

 아기에게 먹일 우유와 사과, 과자 같은 간식은 필수다. 간식은 주일미사를 준비하러 모인 엄마들을 조금이나마 해방해주는 큰 역할(?)을 한다. 홍은정씨 딸 지안(요안나, 3)이가 사촌 단아(비비안나, 3)랑 사이좋게 사과를 먹고, 지민(2)이랑 옹기종기 어울릴 때면, 엄마들 모임이 시작된다. 아기들이 과자 부스러기를 바닥에 흘리면 엄마들은 물티슈로 열심히 바닥을 닦으며 기도한다.

 이날 구절은 군인주일(6일) 복음으로, 루카 복음 17장 5-10절. "그때에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는 구절이다.

 소공동체 반모임을 할 때처럼 복음을 묵상하고 각자 자신에게 와 닿는 구절을 고른 엄마들은 자신이 왜 그 구절을 골랐는지 나눔을 한다. 결혼 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돼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한 엄마의 넋두리부터, 아이가 자주 아파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냉담을 풀었다는 이야기, 휴일에는 온종일 낮잠을 자느라 방바닥과 등이 붙은 채 지내는 남편이 미웠는데, 모임을 통해 마음을 추스르게 됐다는 신앙고백까지 허심탄회한 대화들이 오간다.
 
 아기 엄마는 사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주일미사에 편히 참례하기 어렵다. 집에서는 그러지 않다가도 낯선 사람만 봤다 하면 큰 소리로 울어대는 아기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1시간 넘게 준비해 겨우 씻기고 먹이고 입힌 다음 잠이 든 틈을 타 성당에 갔는데, 아기는 유아방에서 잠이 깬다. 그러면 그날 미사는 기억에서 `실종`이다. 아기가 미사 중에 응가라도 하면 엄마는 화장실로 내달려야 한다. 그래서 미사를 준비할 수 있는 이 모임이 아기 엄마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다.

 아무 준비 없이 허겁지겁 성당에 와서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것과 주일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한 후에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사목자들은 미사 시작 전에 좀 더 일찍 성당에 와서 미사 준비를 하거나 아니며 적어도 주일 독서와 복음이라도 한 번 읽고 미사에 참례하라고 한결같이 당부한다.

 손희송(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신부는 "미사 전 15분 정도 한 주일간 주님께 받은 은혜를 헤아리며 감사드리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면서 미사 준비를 하라"고 권했다. 5분 동안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10분 동안 복음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 강론이 귀에 쏙쏙 들어와 더욱 풍성하고 은혜로운 미사가 된다는 것이다.

 아기 엄마들 모임을 만든 홍은정씨는 "아기 엄마들은 주일미사 때 미사에만 집중할 수가 없어 강론과 복음이 기억이 안 난다"며 "미사에 참례한 것 같지가 않아 미리 미사를 준비해 가야겠다는 생각에 모임을 만들었는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 은총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엄마들은 같은 지역에 살기에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와 육아 정보를 나누거나 수다를 떨기도 한다. 교회에 대한 이야기도 단골화제다. 아기 엄마를 환대하는 개신교에 비해 천주교는 너무 소홀한 것 같아 서운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은미씨는 "모임을 지난해 8월부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모일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키즈카페나 개인 집 등을 돌아가며 모였지만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지 않거나 커피값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려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지구 내 몇몇 본당도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 장소 구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홍씨는 "결국 동생이 아기 엄마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장문의 메일을 교구에 보냈고, 오금동본당 주임신부님이 너그럽게 유아방을 열어줘 모임을 이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최영은씨는 "아기를 3년간 키워 이제 병장으로 제대(육아에서 벗어나는 것)하는 줄 알았는데, 덜컥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다시 훈련병으로 입대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육아 기간이 늘어날수록 냉담 기간도 자연스레 늘게 된다. 엄마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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