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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주일에 만난 사람]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 선교사들

경찰서를 ''선교 황금어장''으로 가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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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순 선교사가 세례를 앞둔 예비신자 대원들에게 주님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정훈 기자
 
해마다 봄과 가을이면 제복을 갖춰 입은 의경과 경찰 직원 수백 명이 서울 명동성당 성전을 가득 메운다. 적게는 100여 명에서 많은 때엔 500명에 이르는 의경과 경찰들이 줄을 지어 제대 앞에 선다.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들 뒤에는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소속 사제와 선교사들이 있다. 2000년 설립된 서울 경찰사목위는 특수사목 중에서도 가장 힘든 분야로 꼽히는 경찰 분야를 지난 10여 년간 `선교의 황금어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랑의 선교사들

 "성체를 영할 때에는 왼손으로 성체를 받고, 오른손으로 모셔야 해요."

 11일 저녁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비단 내 경신실.

 서울 경찰사목위 교리교육부 소속 이정순(데레사) 선교사가 낭랑한 목소리로 의무경찰 대원들에게 막바지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하는 데 여념이 없다.

 대원들은 각자 달콤한 휴식을 즐길 시간임에도 경신실에 모여 하느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날 준비 중이다. 이 선교사는 성체 대신 옆에 놓인 과자를 활용해 대원들이 성체 영하는 것이 익숙해질 때까지 차근히 가르쳤다. 6개월간 꾸준한 교리교육을 받으며 미사 전례ㆍ일곱성사ㆍ기도 방법 등을 배운 대원들은 아직 성체 영하는 모습은 서툴지만, 어머니 같은 선교사 말을 잘 따랐다.

 이날 만난 예비신자 대원들은 "매주 저희 내무실까지 찾아오셔서 `사랑합니다`라며 늘 반겨주고, 고민도 상담해주시는 선교사님의 정성이 자연스럽게 천주교 신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신자 대원들은 군 생활 중 선교사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금 신앙의 힘을 깨닫고 냉담을 풀기도 한다. 이들의 시시콜콜한 인적사항은 선교사의 신상기록 카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정순 선교사는 "그저 안부를 묻고 챙기는 따뜻한 모습을 통해 그들이 자연스럽게 하느님 사랑을 느끼도록 한다"며 "입교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대원 한 명이라도 제대 앞에 모이게 해달라고 늘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경찰복음화의 힘

 서울 경찰사목위에는 이 선교사처럼 의경과 경찰 직원들을 위해 활동하는 선교사 30여 명이 서울 31개 경찰서와 5개 기동단에서 활동 중이다. 사제가 일일이 가지 못하는 각 경찰서에 선교사가 한 명꼴로 파견돼 있는 셈이다. 비신자와 신자가 한데 섞여 있는 경찰서와 기동단에서 선교사들은 절대 `종교`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출동과 비상근무에 항시 대기하며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는 대원들의 부모가 돼주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해준다. 일반 군대처럼 세례만을 위해 단기간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할 때까지 부모, 친구, 상담사가 돼 준다.

 2008년 촛불시위로 서울 곳곳이 떠들썩하던 때에도 선교사들은 길바닥에서 숙식하던 대원들을 찾아가 정성이 담긴 음식을 전했다. 대원들은 하나같이 그 마음에 감동했고, 그 때문인지 이듬해인 2009년에는 한 해에만 660여 명이 세례를 받고, 420여 명이 견진을 받았다.

 이계상(베네딕토) 선교사는 "우리 선교사들이 하는 활동은 선교 이전에 인성교육이자 부모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군 생활 동안 느낀 고마움을 제대 후에도 잊지 않고 전해오는 대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사목위가 2003년 서울 혜화동에 설립한 탈리다쿰센터는 선교사와 자원봉사자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초대 경찰사목위원장인 강혁준 신부는 탄탄한 선교사 교육과 양성이 경찰사목의 밑거름이라 여기고, 이 센터를 통해 매주 영성 및 직무 강좌를 꾸준히 제공하도록 했다. 경찰 선교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6개월간 선교사 교육을 받으며, 경찰사목위가 만든 전ㆍ의경 심신훈련 프로그램인 해피아트테라피 자격증도 반드시 따야 한다. 이렇게 길러진 선교사는 유치장사목부와 교리교육부 등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를 합쳐 현재 80여 명에 이른다. 선교사들의 정성에 힘입어 서울 경찰사목위가 세례를 준 경찰은 지금까지 13년간 5000여 명에 이른다.

 김광시(안젤라) 선교사는 "본당과 달리 우리는 사목자가 없는 각 경찰서에서 홀로 열심히 뛰어야 하는 외로운 선교사들"이라며 "그럼에도 냉담교우였던 대원들이 다시금 신앙의 의미를 찾고,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은 언젠가 천주교의 따뜻함을 느끼고 성당을 찾아간다면 더 없는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경찰사목위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위원장 이대수 신부 주례로 의경 및 경찰 직원 150여 명의 세례식을 거행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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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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