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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걱정 뚝, 결국 잘 돼! / 김미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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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졌다. 다음날이 전시 설치 날인데 심란했다. ‘차를 타고 가다 침수되어 액자와 책이 물에 다 젖으면 어떡하지’, ‘전시장에 물이 들이차는 건 아닐까’ 등등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사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하루도 마음 편했던 날이 없던 것 같다. 액자는 어디에서 맞추며, 캡션과 레터링 스티커는 어떤 업체에 맡기며, 배치는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여러 번 고민했다. 성화를 전시하는 작가가 두려움과 걱정으로 똘똘 뭉쳐 전시 준비를 한다니, 씁쓸한 모순이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절대로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끝에 가서는 잘 해결됐는데, 그걸 그새 또 까먹고 걱정하기 일쑤다. 하느님이 분명 도와주실 거라고 철석같이 믿어야 하는데 중요한 일 앞에서는 움츠러들며 스스로 모든 짐을 다 떠안고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하느님께서는 믿음이 없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참 많이도 말씀을 건네셨다. 어떤 기획으로 전시를 할지 아직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어머니의 친구분께서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걱정 뚝. 예술가는 마음만 먹으면 바로 준비기간이 필요함. 본인이 알아서 잘함.’
그때 그 문자를 보고 얼마나 마음이 놓였나 모른다. 결국은 전시 준비를 잘 마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표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설치 날이 됐다. 비는 생각만큼 심하게 내리지 않아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차가 침수되거나 전시장에 물이 들이닥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러스트 아카데미에 함께 다니는 동료 작가님과 친구들이 함께 설치를 도와주었다. 혼자라면 절대 못 했을 텐데 모두가 함께 도와줘서 뚝딱뚝딱 일사천리로 일이 끝났다.

며칠 전,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볼 때 들었던 신부님 말씀이 떠오른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전시 준비로 수없이 많은 걱정을 하는 나에게 하느님께서 단도직입적으로 해주시는 말씀 같았다. 생각 많고 고민투성이인 나는 앞으로도 자주 크고 작은 일로 걱정하고 두려워할 것 같다.

하지만 다행인 사실은 이런 나약한 나를 위해 하느님은 끊임없이 또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나를 위로하고 힘을 주실 거라는 점이다. 그래도 너무 늦게 감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느님이 다 도와주신 후에야 “감사합니다”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하느님, 미리 감사드립니다” 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미소진 마리아
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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