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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역사 바로 세우기(5) 천진암성지의 역사적 문제 / 전합수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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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이든 근본과 근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생명의 근원이 하느님이시기에 삼위일체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고, 모든 진리의 근원이 예수 그리스도이시기에 예수님을 따르는 천주교를 믿는 것이고, 한국 천주교의 시작이 천진암에서 시작됐다고 믿기에 천진암성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매년 교구장 주교님을 중심으로 한국 천주교 창립 기념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매년 6월 24일에 천진암성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천주교 창립 기념 미사와 행사’에 참여해보면, 기쁘기보다는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한국 천주교 창립기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초라하고 빈약한 모습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수십 명의 아들을 둔 집안에서 아버님 생신을 6월 24일에 정해서 하자고 약속을 해놓고는 정작 당일에는 아들 한두 명만 오는 그러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천진암성지의 한국 천주교 창립 기념행사의 문제는 천진암성지 개발 때의 주역인 변기영 몬시뇰과 김남수 주교님 때부터 제기돼 온 문제이다.

그 문제의 핵심은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다음의 문제는 사목적인 문제로 교구에서 이 기념미사를 교구장 주교님을 중심으로 매년 시행하면서도 여러 기관과 본당에서 교구장과 사목적으로 일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천진암성지에서 수십 년째 공식적인 사업으로 거행하는 ‘백년 대성전’ 사업 자체가 교구의 여러 사제들이나 신자들에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상태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또 전혀 진척이 없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도 안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첫째, 천진암성지의 이론적 근거를 확실히 마련해 나가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과감히 털어나가야 할 것이다. 즉 그동안 초기 성지 개발을 해나가면서, 과장하거나 잘못 인용해서 사용한 내용이 있다면 학문적인 자세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대신 근거를 찾을 수 있는 확실한 부분은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면서 근거의 틀을 확실하게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인은 해결 방향의 시안을 20여 년 전부터 역대 교구장님께 건의를 드린 바 있다. 그러나 성지 자체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사목적 장소이기에 여러 사목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학문적 오류나 실수를 쉽게 인정하고 물러서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100년 대계를 내다보고 계획을 할 때는 좀 아쉽고 어려울 지라도, 그동안의 과장되고 근거가 불충분한 것을 마치 근거가 확실한 것으로 지나치게 강조하고 남용한 부분에 대하여 진솔하게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또 이렇게 되어야 냉철한 진리를 추구하는 교회 내외의 많은 역사학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성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전합수 가브리엘 신부
제2대리구 북여주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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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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