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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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가톨릭출판사 춘천교구 공소 어린이 초대의 날

"추기경 할아버지처럼 `바보''로 살게요", 절두산순교성지·김 추기경 묘소 등 참배하며/ 시골서 온 소년소녀들 신앙의 키 한뼘 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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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어린이날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은 설렘이었다. 더없이 맑은 시골 소년소녀의 동심 앞에 볼거리, 들을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푸지게 펼쳐졌다. 어린이들을 위한 교양잡지 「소년」을 발간하는 가톨릭출판사(사장 홍성학 신부)가 지난 18~19일, 춘천교구 내 공소 및 작은 본당 어린이들을 초청, 서울 나들이에 나선 것.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자는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의 요청이 가톨릭출판사를 통해 이뤄졌다.

서울을 찾은 어린이들은 절두산순교성지, 새남터성당, 명동성당 등 한국의 대표적인 성지와 고(故) 김수환 추기경 묘소 등을 돌아보며 신앙의 폭을 한층 더 넓히는 것은 물론 가톨릭출판사와 서울 근교 놀이공원에서 신나는 주말 시간을 보냈다. 순수한 눈망울로 본 도심 속 성지와 서울 풍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티 없이, 기쁘게 주님과 함께했던 1박2일의 일정을 쫓아가봤다.

▨ 당신의 피와 땀을 느낍니다 - 절두산순교성지, 새남터성당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18일 오후 2시. 춘천교구청을 출발한 버스 두 대가 절두산 순교성지 앞에 다다랐다. 버스에서 우르르 쏟아져 내린 아이들의 눈에 순교성인들의 얼이 서린 절두산순교성지의 모습이 들어왔다.

일행은 뜨거운 햇살을 참아가며 성지 내 야외전시장을 둘러봤다. 곳곳에 순교 역사가 아로새겨진 순교 유물들과 성상들이 아이들을 맞이했다.

“자, 이곳은 다블뤼 주교님과 위앵, 오메르트 신부님, 황석두, 장주기 등이 처형지인 갈매못으로 끌려가는 도중 잠시 쉬어갔던 오성바위예요. 다섯 성인들은 이 바위에 앉아 다시금 신앙을 다짐했다고 해요.”

해설자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직접 경험해볼 수는 없지만, 신앙선조들의 믿음을 향한 열정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박취득, 이승훈, 정하상, 강완숙 등 순교 성인들을 만났던 박물관을 지나 체험관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옛날 신자들은 정말 이렇게 무서운 방법으로 고문을 받았나요?”

장난치듯 고문 도구를 휘두르던 아이들 눈빛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아이들에게는 감옥에 갇힌 순교 성인들을 옭아매던 칼과 형틀은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일 터.

주문진본당 조병관(베드로·13) 군은 “절두산순교성지를 돌아보며 박해를 받으면서도 굳건하게 예수님을 믿고 따라간 신앙 선조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체험관에서 고문 도구들을 친구들과 실제로 사용해 보니 그 마음들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찾아간 새남터성당은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여러 신앙선조들이 피를 흘린 곳이다. 새남터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지켜보던 아이들 사이에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잔혹한 형벌을 집행한 망나니가 순교 성인의 머리를 들고 있는 성화였다. 아이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날 성지 순례를 통해 순교 성인들의 피와 땀은 이제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됐다. 아이들의 신앙의 키가 한 뼘 더 성장하는 순간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춘천교구 교육국장 원훈 신부는 “각 성지마다 잠시 스쳐갔을지라도 한 번이라도 본 친구들에게는 다음 기회에 방문했을 때에도 조금 더 익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이들이 머릿속에 남은 성지의 모습을 가지고 각자 본당으로 돌아가 개인의 신앙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절두산순교성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흉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아이들.
 

 
▲ 절두산순교성지 체험관에서 고문(형벌) 도구들을 직접 체험해 보는 아이들.

▨ 110여년 된 성당의 위용 - 명동성당

빌딩 숲을 가로질러 명동에 도착했다. 토요일 명동 거리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리를 지나는 외국인들의 모습마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명동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한 아이가 동그란 눈을 마주하며 속삭였다. “우리 동네는 ‘면’ 이에요. 집 앞에 나가면 흙길이 이어지죠. 인터넷도 안 터질 때가 많아요.” 아이들은 자신의 집과 확연히 다른 풍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봉사자 신유정(세실리아·춘천교구 소양로본당 주일학교 교사) 씨는 “여기 온 아이들 중에는 본당 내 주일학교도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성지순례나 문화탐방의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오늘 아이들과 함께한 많은 경험들이 우리 아이들을 더욱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명동성당 앞에서는 부주임 김한수 신부가 아이들을 맞았다. 성당에서 성무일도를 바치는 어른들이 방해되지 않도록 살금살금 성당 내부를 지나갔다. 2층에 설치돼 있는 파이프 오르간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아이들의 귀여운 질문이 쏟아졌다.

“저 큰 피아노는 어떻게 연주하나요? 저 피아노도 소리가 나나요?”

마치 해리포터의 비밀의 방 같은 지하 소성당을 거쳐 들어선 곳은 예전에 사용하던 종을 보관해둔 꼬스트홀 내 종탑. 먼지를 잔뜩 머금은 오래된 종이 명동성당 역사의 한 부분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아이들은 종을 직접 만져보고 싶어 손을 뻗어보지만 아직은 무리다.

“명동성당은 처음 와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단체사진까지 찍고 명동성당을 나오는 길. 아이들의 마음속에 한국교회 복음화의 구심점이라 일컬어지는 명동성당이 자리 잡은



가톨릭신문  201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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