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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갈라완, 의료 환경봉사 현장을 가다 (하)

‘죽음의 땅’에 사랑과 희망 꽃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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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와 그들의 이야기

집에는 방바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흙바닥에 가구라곤 사람하나 간신히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평상 하나. 벽은커녕 벽돌 몇 장으로 쌓아올린 울타리만 있을 뿐인 화장실은 도저히 화장‘실’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벽으로 세운 슬레이트에는 벌레 먹은 듯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팔레스(Lovely M Palles·18) 양은 그런 곳에서 3살 많은 남편과 2살짜리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 정부에 의해 강제로 갈라완에 온 팔레스 양.
갈라완은 대부분 사람들이 팔레스 양과 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팔레스 양이 살던 곳은 마닐라. 정부는 그녀에게 ‘위험지역’에 살고 있다며 이사를 강요했다. 그녀에겐 거부할 권리도 힘도 없었다. 그렇게 2007년 11월 갈라완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것은 생존의 위협이었다. 집은 있었지만 전기나 수도 따위는 기대도 할 수 없는 벽과 지붕뿐인 집이었다. 동네엔 병원도, 학교도, 시장도, 하다못해 조그마한 구멍가게조차 없었다. 만약 있다하더라도 그녀에겐 돈이 없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마닐라에서는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녀가 살던 마닐라의 빈민지역은 ‘위험한 땅’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갈라완은 ‘죽음의 땅’이었다.

그래도 살아야했다. 14세의 소녀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지만 더 이상 공부할 생각은 할 수 없었다. 4년 동안 오직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 결혼을 하고 이제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 그래도 지금은 남편이 직업을 가져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행복’을 말할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다만 스스로에게 “그래도 이젠 괜찮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되뇔 뿐이다.

이것은 비단 팔레스 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필리핀 라그나의 작은 마을, 갈라완. 그곳에 사는 2만여 명의 사람들은 모두 팔레스 양과 비슷한 아픔을 품고 살고 있었다. 고향을 떠나 아무것도 없는 ‘죽음의 땅’에 온 그들에겐 사실 희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재)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관구장 남상헌 신부) 돈보스코 정보문화센터 소속 제20차 국제청소년지원단은 위생교육·어린이교육 활동과 더불어 갈라완 사람들의 가정을 방문하며 환경개선 활동을 펼쳤다. 지원단은 갈라완 지역의 150여 가정을 방문하며 쌀, 치약, 칫솔을 나눠주고 올바른 칫솔질을 설명했다. 또 마을 구석구석과 각 가정의 화장실을 소독했다.


 
▲ 봉사자가 쓰레기더미를 소독하고 있다.
 


■ 환경개선 활동

지원단이 처음으로 맞닥뜨린 것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지원단의 소개와 칫솔질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준비했지만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갈라완 지역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기도 어려운데 생김새도 조금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영어가 통해도 미리 준비한 말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쌀과 치약, 칫솔을 건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갈라완 주민들은 연거푸 “Thank you!(고맙습니다!)”라며 고마워했다. 그 한마디 말에 힘이 났다. 비가 쏟아지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다를 반복하는 날씨가 지원단의 활동을 고되게 했지만 그래도 싫은 표정 한 번 짓지 않고 갈라완 주민들을 방문했다.

환경개선팀의 활동은 비록 병을 치료하는 의료팀과는 달랐지만 엄연히 예방의학에 속하는 활동이었다. 쌀은 체력을 보존하고 면역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고 치약, 칫솔과 칫솔질 교육은 치아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또 쓰레기통, 화장실 등 비위생적인 장소를 소독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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