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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유구한 가톨릭 역사를 좇다] (2) 맨발의 성녀 테레사의 땅 아빌라(Avila)

‘성녀의 땅’ 아빌라에 고요한 평화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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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년.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일이다. 스페인의 한 시골마을에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신심 두터운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이 아이는 12살 때 어머니를 여읜 후 성모상 앞에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성모님 당신이 나의 어머니가 돼 달라”고 기도했다. 어린 시절 성인전을 통해 순교자들의 장렬한 죽음을 보고 감동해 교회를 위해 생명을 바치겠다며 집을 나선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였던 그는 19세가 되던 해, 마침내 평생 동안 오직 주님만을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이 마을에 있는 가르멜 수녀회에 입회했다. 이후 그는 세속화된 수도원을 개혁하는데 앞장섰고, 영적인 풍요로움을 다지는 데도 매진했다. ‘맨발의 가르멜회’의 창시자이자 ‘예수의 테레사’로 불리는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의 이야기다.

동명의 소화 테레사와 구별하기 위해 ‘대 테레사’로도 불리는 테레사 성녀의 탄생지이자, 그가 평생을 헌신했던 가르멜 수녀회가 자리 잡고 있는 아빌라의 구 시가지와 아빌라 대성당은 1985년 그 종교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성녀의 땅 아빌라를 찾아가봤다.

그리스도교-이슬람교도 간 전쟁 치른 아픈 역사 간직

성녀가 태어난 땅은 달랐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85km 지점에 위치해 있는 작은 도시 아빌라에는 평화로운 새 소리와 청량한 바람, 그리고 맑은 햇빛이 가득했다. 아빌라를 찾은 이라면 누구든 절로 마음이 고요해지는 평화가 도시 전체에 깃들어 있었다.

성채(城砦) 도시로도 유명한 아빌라 구 시가지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빌라는 해발 1131m의 높은 곳이 위치해 있는 군사적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는데, 때문에 이슬람교도와 그리스도교 간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8∼10세기 약 300년의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공방전이 펼쳐진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 아빌라 구 시가지는 높이 12m 두께 3m의 견고한 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태양빛에 따라 시시각각 색깔이 변해 더욱 아름답다.
 

714년 이슬람교도 지배하에 있던 아빌라는 11세기 말 다시 그리스도의 땅으로 되돌아왔다. 당시 국왕이었던 알퐁소 6세의 사위인 라이문도 백작은 이슬람교도들의 반격에 대비해 1090년부터 9년에 걸쳐 이 성벽을 완성했다.

그러나 아픈 역사의 상징처럼 아빌라 구 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이 견고한 성벽을 마주한 느낌은 아프기 보단 오히려 아름다웠다. 은은한 갈색빛을 띤 둥근 성벽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황색과 적색으로 변하며 도시 전체에 따듯한 자연의 빛을 선사하고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

2000명이 투입돼 9개의 성문과 88개소의 타원형 탑을 비롯한 총 길이 2526m, 높이 12m, 두께 3m의 성벽을 완성한 것이다. 9개의 문 가운데 대성당 근처에 있는 산 비센테(San Vicente) 문과 알카사르(Alcazar) 문이 가장 크고 웅장하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아빌라 구 시가지와 대성당은 이 성벽 안에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빌라 대성당(Avila Catedral)은 12세기 중엽 착공해 16세기에 완성됐는데, 대성당 한쪽이 성벽의 반원형 탑을 겸한 채 성벽 밖을 향해 무게감 있게 자리 잡고 있어 요새의 본진과도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산 비센테 문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걸어오면 나오는 이 대성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 알바르 가르시아가 설계한 이 성당은 한눈에도 구별되는 여러 종류의 벽돌로 지어졌다.
 

 
▲ 아빌라 성벽 일부와 이어져 있는 아빌라 대성당.
요새와도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좌측의 소 성당은 이후 증축된 것으로 이 소성당에서는 르네상스 양식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아빌라 대성당에서 아빌라의 중심지인 메르카도 치코(Mercado Chico) 광장에 이르는 길에는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옛 건물들과 식당,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가톨릭신문  201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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