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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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말라위 선교현장 취재④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현지인들과 삶을 나누고 일치할 때 선교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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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붐한 빛 속에 열리는 선교 새벽

 매일 새벽 5시, 옅은 안개와 함께 동이 트는 샐녘이면 수도원의 하루가 열린다. 아직은 아슴푸레하지만 수도원 복도에선 부스럭거리는 발걸음과 함께 수사들의 나지막한 기도 소리가 들려온다.

 이어 수도원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돈 보스코성당에 신자들이 몰려오고 새벽미사가 봉헌된다. 그쯤이면 정적만 맴돌던 수도원에 활기가 돈다. 아프리카 형제자매들 특유의 신나는 춤과 율동, 타악기 연주, 반복되는 리듬의 성가가 빠르게 흙에 스며드는 강물처럼 대지로 퍼져간다. 살레시오회 릴롱궤수도원장 김대식(알렉산데르) 신부도 일주일에 두세 차례는 돈 보스코 공동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수도원 사제가 3명에 불과하기에 본당뿐 아니라 돈 보스코 기술대학, 청년센터 등을 합쳐 2만 명쯤 되는 신자들을 사목하려면 번갈아가며 미사를 집전할 수밖에 없다.

 `원장`이라는 직책은 어쩌면 수도원 내 모든 일에 함께하는 역할인지도 모른다. 잠비아를 거쳐 말라위에서 선교사로 7년째 사는 김 신부는 원장직과 수도원 경리, 성소자 및 지원자 지도, 한인사목까지 도맡고 있다. 수도공동체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 나르는 살림살이에 본당 사목과 공소 순회, 대학 운용, 청년센터 지원업무도 함께한다.

 미사를 봉헌하고 나면 회원들은 모두 시간전례(성무일도)에 함께한다. 다해봐야 5명밖에 안 되지만 그때야말로 `공동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전심전력으로 기도에 참여하는 시간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낸다. 수도원의 새벽은 이렇게 기도와 함께 열린다.


 #끈끈한 가족애를 지닌 공동체로

 `토착화`라는 말을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아프리카 미사에 참여하고 나면 아침이다. 보통은 오전 7시면 아침식사 시간. 식빵에 버터를 발라 커피와 함께 먹으면 그것으로 식사 끝이다. 아침식사를 마치면, 오전 8시 30분께 김 신부는 수도원을 나와 돈 보스코 기술대학으로 향한다. 날마다 조회에 함께하며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 주일미사에 앞서 율동에 맞춰 성가를 연습하는 성 베드로 공소 성가대원들.
 

 
▲ 성 베드로공소 주일미사를 앞두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들과 아이들.
신자 수가 3500여 명인 성 베드로공소는 2003년에 돈 보스코본당 관할로 설립돼 김대식 신부 등 선교사제들이 돌아가며 주일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고 강조하던 살레시오회 설립자 돈 보스코 성인의 정신이 구현되도록 끈끈한 가족애를 지닌 공동체로 대학을 만들어간다. 그리고는 강의실이나 실습실ㆍ행정실에 들러 어려움은 없는지, 또 꼭 사야할 기자재는 없는지 확인하곤 한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면, 온갖 행정업무와 잡무가 김 신부를 기다린다. 그를 가장 힘겹게 하는 건 역시 선교 재정 문제다. 지난 3월엔 성당 신축모금을 하러 미국과 한국을 다녀오느라 공동체 살림살이가 한결 팍팍해졌다. 모금한 돈은 다 성당 건립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시급한 선교 현안은 물밀듯 닥쳐오지만 재정은 늘 어렵다. 하지만 그럴 때는 기도하며 `기다려야 한다`.

 선교인력 문제도 힘겹다. 공동체 내 선교인력은 5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국 협력자회원 가운데 1~2년 장기간 봉사를 해줄 봉사자가 왔으면 하는 생각이 늘 절실하다. 컴퓨터나 의료, 건설 분야와 함께 각종 기술교육을 맡을 봉사자가 더 필요하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1년 예정으로 여학생 봉사자 2명이 와서 돕고 있지만 새 발의 피다. `어장은 넓은데 어부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지레 희망을 잃지는 않는다. 공동체 신앙이 더 성숙해지고 하느님과 일치한다면, 모든 사도직은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선교는 아프리카인 땀과 열정으로 이뤄져야

 점심시간이 다 될 무렵, 김 신부는 수도원 옆 지원자 숙소를 찾아갔다. 현재 지원자는 모두 4명. 9월 8일자로 입회했으니 수도원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도 않은 터다. 짧은 대화 끝에 김 신부는 돈 보스코 성인의 삶과 영성을 다룬 영문 책자를 한 권씩 선물했다.

 대화 가운데 김 신부의 한 마디가 마음 밭에 남았다. "어디에 있든 삶엔 도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기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살레시안의 성소입니다."

 김 신부의 선교는 `맡기는` 데서 시작된다.`아프리카 선교는 아프리카인의 땀과 열정으로 이뤄져야` 제대로 된 선교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현지인들로 공동체가 이뤄질 때 미션, 곧 선교사명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공동체를 이뤄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 개인 사업"이라고 김 신부는 잘라 말한다. 김 신부는 일단 먼 미래를 내다보며 말라위 출신 지역회원 양성에 힘을 쏟고, 나아가 현지인 살레시오 협력자회도 만들 구상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부터 성숙한 선교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게 1차 목표다. 공동체 안에서, 현재 삶 안에서 기쁘게 살아감으로써 더욱더 주님을 잘 알게 되고, 현지인들과 깊이 삶을 나누고 일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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