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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서울 성동노인종합복지관·(주)아트원제지 영정사진 촬영 현장

내 생애 아름다운 순간을 카메라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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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몸이 움츠러진다. 하지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은 추운 날씨에도 여전히 뜨겁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동노인종합복지관(관장 문경수)은 지난 19일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 저소득 어르신 장수사진(영정사진) 촬영을 위한 ‘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행사가 그것이다. 그들이 담아내는 어르신들의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가톨릭신문이 동행했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

이른 아침부터 서울 마장동 박영희(가명·73) 할머니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성동노인종합복지관과 협약을 맺은 (주)아트원제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장수사진 촬영팀과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오전 9시에 집으로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파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오랜만에 거울 앞에 앉아 본다. 곱게 분을 발라 단장도 해본다. 얼마만의 단장인지 기억도 할 수 없다. 촬영팀의 도착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촬영팀을 반갑게 맞아들인다.

박 할머니는 성동노인종합복지관에서 미리 준비해 온 한복 저고리를 입었다. 순탄하게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고름이 문제다. 촬영팀과 박 할머니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끝에 고름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박 할머니는 “아이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까 떨려서 고름 매는 법도 다 까먹었네”라며 웃었다.

드디어 첫 장수사진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팀이 부산하게 움직이자 박 할머니 집은 바로 사진관으로 변신했다. 사진기 앞에 앉은 할머니는 긴장한 듯 얼굴이 굳어졌다. 이날 촬영을 맡은 아트원제지 해외영업팀 송영구 과장은 편안한 인상과 다정한 말로 할머니의 굳은 표정에서 미소를 이끌어낸다. 디지털카메라의 조리개가 닫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사진촬영은 순식간에 끝났다. 할머니는 송 과장의 손을 잡고 그저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파서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도 없는 늙은이를 위해 여기까지 와주고 고마워요. 고마워요.”

송 과장은 박 할머니 집을 나서면서 따뜻한 한마디를 건넨다.

“할머니, 영정사진 찍어두면 오래 사신데요. 그러니깐 할머니도 오래 사세요. 저희가 사진 예쁘게 액자까지 해서 11월 안으로 갖다 드릴게요.”
 

 
▲ 장수 사진 촬영을 앞두고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어르신. 메이크업과 사진촬영이 어색한 듯 표정이 자꾸 굳어지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장수사진 촬영을 위해 직접 방문해 준 성동노인종합복지관과 (주)아트원제지에 고마운 마음뿐이다.
 

 
▲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19일 저소득 어르신을 위한 ‘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행사를 진행했다.
복지관과 협약을 맺은 (주) 아트원제지 송영구 과장이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 한 장으로 전하는 사랑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거동의 불편함으로 영정사진을 마련하기 힘든 저소득층 홀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부터 ‘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행사는 어르신들이 직접 복지관을 방문해서 촬영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촬영은 조금 달랐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촬영팀이 직접 찾아갔다. 물론 복지관에서 촬영할 때보다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장수사진 촬영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 그 정도 어려움은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다.

‘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행사가 가능했던 것은 성동노인종합복지관과 협약을 맺은 (주)아트원제지 덕분이다. 기업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이번 행사를 추진하게 된 것.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은 앞으로 연 2회로 장수사진 촬영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 사진촬영을 담당한 송영구 과장은 취미로 시작해 프로급의 사진촬영 실력을 갖추고 있다. 송 과장은 “복지관에서 촬영할 때보다 오히려 좋은 것 같다”며 “어르신들이 사시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니 더 예쁘게 찍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장수사진인 만큼 고운 모습으로 찍는 어르신도 있고, 평소의 모습 그대로 찍고 싶다는 어르신도 있다. 오랜만의 사진촬영이 어색한지 사진기 앞에서는 굳은 표정 일색이다. 반응은 각기 다르지만 어르신들 마음은 하나다. 장수사진을 장만할 길이 없었던 어르신들은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성동노인종합복지관과 (주)아트원제지에 감사할 뿐이다.

김성자(가명·76) 할머니는 “고마운 일을 해주시는 분들”이라며 “영정사진을 어떻게 마련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촬영해주고 예쁘게 액자까지 만들어 준다고 하니 그저 고맙다”고 전했다.


이지연 기자 (


가톨릭신문  20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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