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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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사제서품 50돌ㆍ팔순 기념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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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물론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자리매김해온 반세기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혼란과 혼돈을 거듭할 때마다 명쾌한 판단과 혜안으로 앞길을 밝혀온 김수환 추기경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최상의 가치로 강조하면서 생명의 문화를 다시 살리는데 교회와 언론 각계 지도자들이 선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사제서품 50주년과 팔순을 기념 12일 헤화동 가톨릭대학교 교리신학원에서 모처럼 국내 언론과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김수환추기경은 신자들에게 “성서를 깊이 묵상하여 복음대로 행하며 실천한 것을 전하라”고 당부했다.

추기경은 또 새 천년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교회의 쇄신을 위해 주교단의 최고 연장자인 당신 자신부터 변화되어야 할 것이며 교회 구성원 모두가 복음 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거울로 삼아 바뀌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기경은 “보기 드문 정신적 지주”라는 기자의 멘트에 “내가!”라고 반문하고는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못된다” 고 답하는가 하면 “각계 원로들이 나라를 걱정하는 말씀을 자주하는데 추기경께서는 왜 안 하시느냐”는 질문에는 “은퇴 후 더 바쁘기도 하지만 나까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응수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날 김추기경은 시종일관 유우머를 먼저 던져 밝은 분위기로 기자 회견장을 이끌면서 교회 사정뿐 아니라 국내외 여러 현안에 대해 예의 정곡을 찌르는 답변으로 역시 김추기경 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새 천년기를 맞아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한국 천주교회가 벌이고 있는 쇄신의 노력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시노드 준비를 위해 서울대교구가 조사한 설문 내용을 보니 성직자는 물론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자기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 쇄신을 위해선 윗자리에 있는 주교들부터 그 중 제일 연장자인 제 자신부터 변화될 때 한국 천주교회는 새롭게 될 것입니다. 저는 성직자와 신자들에게 “성서를 깊이 묵상하여 복음대로 행하며 실천한 것을 이웃에게 전하십시오”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아울러 교회 쇄신 방향은 복음 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삶의 거울로 삼을 때 우리 자신들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 고 부르실 때 합당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항상 우리의 거울인 그리스도에게 각자의 삶을 비추어 보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하느님을 따르려는 많은 젊은이들을 보면서 아직도 한국 천주교회의 희망은 크다고 확신합니다.

- 세상이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이 이토록 혼탁해지는 까닭은 어디에 있으며 해결책은 없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죽음의 문화 에 빠져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미국 테러 사건은 차치하고도 우리나라의 경우 어머니들이 태아를 연간 150만 명이나 살해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뱃속의 자식을 죽이고 태어난 자녀들을 버린 대가를 그대로 되받아 이젠 자식들이 나이든 부모를 버리고 살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문화 를 하루 빨리 되살려야 합니다.

인간존중 은 가장 소중하고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 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가 명시하고 있듯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하며 불가침의 기본권을 갖고 있습니다.

왜 인간이 존엄한가 하면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셨고 하느님께서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을 선도하는 모든 단체와 기관 리더들이 먼저 인간 생명 의 존엄한 가치를 일깨우고 널리 알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생명의 문화는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 사제생활 50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1970 80년대 군사정권시절 인권· 사회 문제로 많은 분들이 고통을 받고 국민적 화합도 안 되었을 때 대화로 난국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대화 당사자인 중앙정보부 쪽은 브레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할 때 저는 딱히 의논할 사람도 없이 고심하다 혼자서 결정하고 대처해야 했습니다. 제가 기댈 곳은 하느님 과 양심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저는 하느님께 기도로써 의지했고 양심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신앙의 힘으로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 항상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해 오셨는데.

늘 같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들과 함께 살고싶은 강한 열정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용기가 부족해 그들과 같이 먹고 자는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마산교구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되면서 점점 더 가난한 이들을 마주할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말만 가난한 이들을 찾았지 실제로 마더 데레사 수녀처럼 고인이 되신 형님 김동한 신부(대구결핵요양원 원장)처럼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이 점이 사제생활 50년 동안 가장 아쉬운 일입니다.

- 50년 전 사제수품때의 결심과 계획을 얼마나 이루셨습니까?

사제서품식 때 제대 앞에 엎드려 그리스도를 따라 착한 목자로서 살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처음 몇 년간은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살다 보면 편한 것을 찾게 마련이듯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사람이 하느님 앞에 설 때 분명히 하느님께 보여드리고 자랑할 것 보다 용서를 청하는 것이 더 많을 것입니다. 50년 전 제가 사제수품때 정한 표어가 시편 51편 “주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였는데 지금 심경이 그때와 꼭 같습니다.

- 사제로서 가장 보람이었던 일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안동본당과 김천본당 등 두 본당에서의 짧은 주임신부시절을 꼽고 싶습니다. 그때 신자들에게 나 자신을 몽땅 퍼주다시피 살면서 맺은 인연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독일 유학 후 귀국해 가톨릭시보(현 가톨릭신문) 사장으로 있었던 때입니다. 로마에서 복음적 방향으로 교회를 쇄신하기 위해 열리고 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소식을 통신으로 받아 직접 밤을 새며 번역해 보도하면서 밥 먹는 시간까지도 아깝게 느꼈던 일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 드립니다.

얼마 전 국내 한 일간지가 우리나라를 빗대어 난장판 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저도 그런 염려가 듭니다.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어려운 이 때 국민 전체가 흩어져 있는 듯 합니다.

나라를 이끄시는 분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제발 싸우지 말고 국민을 자극하는 말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여야간의 싸움이 아니고 또 말뿐인 영수회담도 아닙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진지하게 만나 깊이 얘기하고 협력하고 양보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부분에 고쳐야 할 한국병이 많은데 언론이나 교회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언론개혁을 하되 위정자들이 언론인들과 만나 개혁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서로 논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8·15 방북사건 경우도 그 때 어떤 분들이 통일을 너무 갈망하고 북한 동포를 만나 너무 좋은 나머지 그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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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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