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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사랑 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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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공하게도 며칠전 저녁 추기경님께서 우리집을 방문하셨다. 경황중에 차 대접도 못하고 있는데 추기경님은 얼마 전의 팔순잔치 이야기부터 시작하시더니 특유의 유머가 담긴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까지 섞으시는 바람에 우리 식구들은 금방 추기경님 말씀 속으로 흠뻑 빨려 들어갔다. 성바오로딸 수도회 이 마리사피엔자 수녀님이 전해준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사랑’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영상 비디오는 참 대단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다. 주교관에 계신 추기경님을 감히 우리집 거실로 모셔다가 그분과 눈을 맞추어가며 생생한 말씀을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도 흐르고 미성의 성우가 해설을 곁들여 옛날 사진을 넘겨가면서 거기에다 추기경님을 연모하는 이들의 사모곡도 듣는다. 이 아니 경이롭지 아니한가.

그럼에도 인물 다큐멘터리야말로 참 어려운 장르다. 한 사람의 일생을 더욱이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분의 생각과 삶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수십명의 스탭들이 동원돼야 하고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하는 기계적인 시스템도 그러하지만 자칫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면 지루해지거나 인물이 지닌 향기를 담아내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대상 인물의 인터뷰에 의존하고 서툰 연출을 가미하다 보면 과대 포장되거나 박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매일 프로그램을 시사하고 평가하는 직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흠잡기에 익숙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사랑’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은 거의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누리고 있는 주인공인 탓도 있겠지만 사전 기획과 탄탄한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추기경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제작진의 열정이 있어 그분을 닮은 영상시가 완성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명실공히 이 시대의 거인인 김수환 추기경.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에겐 따뜻한 위로와 희망으로 역사의 오밤중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는 믿음의 다리로 행동하는 양심으로 때론 중용의 침묵으로 이 시대를 밝혀온 지극히 소박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언제나 우리 앞에 서계시는 우리의 추기경님. 추기경님이 영상비디오에서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 일치와 사랑을 외치고 계신다.

참으로 어려운 기획이지만 그 추기경님이 영상비디오 안에 고스란히 재현되어 계신다. 비디오 테이프를 처음으로 되돌려 한번 더 보았다. 추기경님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이제 우리가 대답할 차례임을 느낀다. 스탭들의 명단을 찬찬히 눈여겨 보았다. 참으로 어려운 기획을 수준높은 영상과 담백한 구성으로 완벽하게 담아낸 바오로딸 영상부 수도자들 그리고 제작 스탭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찬사를 드린다.

안강현(레오나르도 한국가톨릭방송인협회장 EBS 편성운영팀 차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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