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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는 37년 전 김수환 추기경 탄생 당시]

한국교회, 세계교회에 인정받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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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김수환 추기경이 1969년 4월30일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에서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추기경 반지를 받고 있다. <2>1969영 5월20일 추기경 서임 축하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노기남(왼쪽) 대주교와 서정길(오른쪽) 대주교와 함께 입장하는 김 추기경.

한국 천주교회는 요즘 37년만에 탄생한 새 추기경 소식에 온통 축제 분위기다.

 신자들은 모였다하면 정진석 추기경 이야기를 꺼내며 기쁨을 나눴고 언론에서도 새 추기경 임명 소식을 앞다퉈 전하며 한층 높아진 한국 천주교회 위상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두번째 추기경 임명으로 이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37년 전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추기경이 탄생했을 때는 어땠을까. 김수환 추기경이 임명됐던 1969년으로 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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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바오로 6세가 1969년 3월28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대주교를 한국 첫 추기경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정작 주인공인 김 추기경은 한국에 없었다.

 로마 교황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는 중이었기 때문. 이에 한국 천주교회는 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 영광된 하룻밤을 주인공도 없이 보내야했다. 교회 관계자들과 신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꼬박 밤을 지새우며 김 추기경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흥분으로 가득찬 밤을 보낸 신자들에 비해 비신자들에게는 추기경 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김 추기경이 나기 전까지 한국에선 추기경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대체 추기경이 어떤 자리이기에 천주교 신자들은 물론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정계와 재계 학계 유명 인사들이 나서서 나라에 큰 경축 이라며 축하 인사를 건네는지 의아해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 탄생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선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교계 제도와 한국 천주교 역사가 새롭게 재조명 되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특수(?)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3월29일 모두가 기다리던 김 추기경이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공항은 이른 아침부터 모인 축하객들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만큼 한국 첫 추기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것.

 신자들은 김 추기경을 향해 환영! 우리의 영광 김수환 추기경 탄생 이 적힌 축하카드를 열렬히 흔들며 한국 교회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끽했다.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 추기경은 하느님께 먼저 감사드린다 면서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서 인정 받았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 며 소감을 밝혔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김 추기경과 함께 주교 35명을 추기경으로 임명 추기경단을 134명으로 늘렸다. 당시 가톨릭 교회로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추기경을 갖게 된 때였다. 특히 김 추기경은 새로 임명된 추기경들 가운데서도 최연소 추기경(47살)으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누구보다 추기경 임명 소식이 가장 믿기지 않았던 것은 추기경 자신이었다. 추기경 임명 발표가 있기 바로 며칠 전까지 로마에 머무르며 교황을 만났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김 추기경이 자신의 임명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로마에서 미국을 거쳐 일본에 도착했을 때였다. 당시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려면 일본을 경유해야 했다.

 김 추기경은 일본 일정을 끝마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러 숙소를 막 나서려던 차에 은사 게페르트 신부(도쿄 상지대 교수)에게서 추기경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화로 전해들었다. 김 추기경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수화기를 들고 한동안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내가 한 첫말은 임파서블(impossible 불가능한) 이었다.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중에서)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 것은 한국 천주교회도 마찬가지.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선 지 185년만에 생각지도 못했던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가 비로소 세계교회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박수정 기자 crysta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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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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