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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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과의 갈등- 최후통첩 VS 정면도전

[월간 꿈 CUM] 예수, 그 이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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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22,18)

팩트체크!


하느님은 ‘유대인들만 구원받을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다. 분명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라고 했다. 이 약속이 가시화되는 그 중심에 예수가 있다. 아브라함에게 주어졌던 약속은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로 확장된다.

“약속은 믿음에 따라 이루어지고 은총으로 주어집니다. 이는 약속이 모든 후손에게, 곧 율법에 따라 사는 이들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이 보여 준 믿음에 따라 사는 이들에게도 보장되게 하려는 것입니다.”(로마 4,16)

이 점에서 예수 그 이후, 예루살렘 유대인들의 생각은 보편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유대교가 ‘우리 모두 함께 구원받자’며 전교한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유대교는 스스로의 가치를 나서서 보편화시키지 않는다.

이와 다르게, ‘유대인 예수’는 구약의 약속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구원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예수는 유대인들의 신앙을 정면 공격했다. 그는 또 율법이 자신에 의해 완성된다(마태 5,17 참조)고 말해 율법학자들의 공분을 샀다. 예수에 의해 구약의 하느님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은총의 하느님으로 재선포됐다.

예수는 더 나아가 구원을 위한 열쇠는 율법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믿음에 있다고 가르쳤다. 예수는 또 자신의 피와 부활로써 이뤄질 새 언약을 예언했다.(마르 14,24-28 참조)

유대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답답할 노릇이다. 예수 시대 당시 율법학자라면 이렇게 말했을 법하다.

“율법에 대한 상이한 견해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성전에 대한 비난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말하는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는 여기서 갈라진다. 예수가 하느님이 아니라면 그리스도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며, 반대로 예수가 하느님이라면 유대교는 붕괴된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이점에서 타협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갈등은 2000년 전 예수의 부활 사건 이후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루살렘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유대교의 갈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사도행전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는 절대로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사도 4,18)

최후통첩이다. 유대교 최고 의회(산헤드린)가 베드로와 요한을 불러 놓고 엄중 경고했다. 더 이상 복음을 선포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베드로와 요한은 이 말을 귓등으로 흘린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도 4,20)
 


정면도전이다. 베드로는 이후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기적적으로 탈출, 또다시 복음을 선포했다.(성경은 이 부분에서 베드로와 사도들이 천사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풀려났다고 증언하고 있다. 사도 5,18-21 참조) 다시 최고 의회에 불려와 심문을 당하는 상황. 베드로와 사도들은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사도 5,29)

이에 유대인들은 분노했다. 당장이라도 사도들을 돌로 쳐 죽일 태세였다. 이때 존경받는 바리사이파 가말리엘이 일어섰다. 그는 사도들에게 일단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일단 그냥 내버려 둡시다. 저들의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사도 5,34-40 참조)

가말리엘의 중재가 없었다면 베드로와 사도들은 이때 순교했을 것이고, 초기 교회 역사 또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베드로는 살아남았다!

이때 유대인들이 베드로를 살려준 것은 소위 예수 운동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교회는 소멸되지 않았다. 예수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유대 민족주의자가 아니었다. 유대 보편주의자였다. 보편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예수의 선포와 그의 부활 소식은 순식간에 유대 사회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초기 신앙 공동체가 들불처럼 확산된 정황은 당시 사료 곳곳에 나타난다. 

로마 제국의 속주였던 비티니아의 총독으로 재직하던 플리니우스가 112년경 로마 황제와 주고받은 편지에서도 당시 교세의 급속한 성장세를 엿볼 수 있다. 편지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로 고발당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보고한 플리니우스는 또 “나이나 지위, 성별에 관계 없이 앞으로 줄어들기보다 계속 늘어날 추세”라며 “이제는 도시만이 아니라 지방까지도 이 광신에 오염되고 있다”고 적었다.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도 110년경에 쓴 「연대기」에서 “이 사악한 미신이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고 기록하였다.

유대 사회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유대인들은 더 이상 앉아서 좌시하지 않았다. 수적인 면에서 대세는 유대교였다. 힘으로 누르면 ‘예수 이단’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듯 보였다.

희생양을 찾던 그들에게 시범 케이스로 딱 걸린 사람이 있었다. 스테파노였다.

글 _ 우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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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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