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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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버릇

[월간 꿈 CUM] 수도원 일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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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잠을 잘 때 잠버릇 하나쯤은 다 있을 건데…. 어떤 사람은 코를 심하게 골고, 어떤 사람은 잠꼬대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를 갈고, 심지어는 몸부림을 심하게 치는 사람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잠을 자면서 몸을 많이 뒤척인다. 잠들 땐 분명 베개를 베고 잘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완전 반대 방향으로 누워서 잠을 깰 때도 있고, 심할 때는 침대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코를 고는지 잠꼬대를 하는지는 아직 피드백을 받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지원기를 보낼 때의 일이다. 지원기 때는 독방을 쓰지 않고 2~3명씩 큰 방에서 공동생활을 했는데, 잠꼬대가 엄청 심한 수사님과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이 수사님은 잠꼬대를 너무나 또박또박 큰소리로 해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쟁 영화를 보고 잠든 날은 갑자기 자다가 “두두두두” 총 쏘는 소리와 함께 “피해~!!” 하고 외쳐서 깜짝 놀라 잠을 깰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수사님이 잠꼬대를 하면서 저녁기도 때면 늘 부르던 ‘지존하신 성체 앞에’라는 성가를 열심히 부르는 바람에 같이 잠을 자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기도 시간에 늦은 줄 알고 벌떡 일어난 적도 있었다.

어떤 수사님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옆 방에서도 다 들릴 정도이다. 예민한 사람은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니 대민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잠을 자고 싶으면 어쨌든 그 수사님보다 먼저 잠이 들어야 밤새 안녕히 잘 수 있어서 함께 잠을 자는 수사님들은 늘 일찍 잠자리에 든다.

수도원에서는 저녁 늦은 시간에 침묵이 유지된다. 조용한 시간 가운데 하루를 돌아보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 방 저 방에서 들리는 잠꼬대 소리와 코 고는 소리에 침묵은 멀리 도망가버린다. 그러나 수도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이렇게 외적인 침묵은 의도치 않게 지켜지지 않지만, 내적인 침묵은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옆에서 코를 골고 잠꼬대를 해대도 그 소리를 사랑으로 보듬고 즐거이 듣는 경지까지 다다르게 된다.

오늘은 어떤 소리가 나를 그 경지까지 데려다줄까? 살짝 걱정되고 기대도 된다. ^^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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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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