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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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1. 왜 다시 성녀 데레사인가?

대 데레사, 하느님 체험하고 천상 길 뚫은 증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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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 로렌조 베르니니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감동 받은 성녀 데레사(성녀 데레사의 탈혼)`, 1647~1652년,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성녀 데레사 탄생 500주년

 앞으로 1년 후면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1515~1582년)가 태어난 지 꼭 500주년이 됩니다. 그래서 성녀 데레사가 창립하신 맨발 가르멜 수도회를 비롯해 성녀의 고향인 스페인 교회는 4년 전부터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성녀 데레사의 영성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으며 50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집중적으로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성녀는 1515년 3월 28일 스페인의 아빌라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성녀는 가톨릭교회 영성사에서 영성의 대가 중에 한 분으로 손꼽힙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27항, 1821항, 2704항, 2709항)에서 영성생활을 다룬 부분을 비롯해 교회 내에서 사용되는 영성과 관련된 여러 교과서들을 살펴보면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이 어김없이 약방의 감초처럼 소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는 신비가의 시대

 우리와는 500년 가까운 세월을 거리에 두고 있는 성녀, 그것도 한국과는 정반대편에 있는 스페인 문화권에 속하는 여인. 도대체 성녀 데레사는 어떤 분이기에 사람들은 새삼 그분에 대해 그리고 그분의 가르침에 대해 얘기하며 주목하는 걸까요? 일찍이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가운데 한 분이셨던 칼 라너 같은 경우, 21세기는 신비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인류 문화 발전의 정점에 와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과학기술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온갖 문명의 이기들. 인문과학 역시 끊임없이 발전하는 가운데 인류의 정신문명에 새로운 장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문명의 발전
 그러나 그 모든 발전을 바라보며 인간 스스로 착각하며 속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발전이 인간에게 참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착각, 그것이 인간 자신에게 궁극적인 존재 의의(意義)를 실현해 줄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인간 지성에 바탕을 둔 인문과학이 아무리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수평적인 차원만을 설명해 줄 수 있을 뿐입니다. 그의 존재가 본래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 또 궁극적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는 인간 존재의 핵심을 꿰뚫는 물음에 대해서는 전혀 해답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철학을 비롯한 제반 인문과학은 인간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제시할 수 있을 뿐입니다. 철학의 마지막 말은 인간과 세계의 근거로서의 신(神)에 대해, 그것도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비인격적인 신에 대해 아주 조금 말해줄 뿐입니다. 거기에는 우리 신자들이 믿고 고백하는 인격적인 사랑의 `하느님`이 빠져 있습니다.

 
 과학기술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인간의 지향성

 또한 과학문명의 진보를 인류의 발전과 섣불리 동일시해서도 안 됩니다. 과학기술은 윤리적으로 볼 때 가치중립적(價値中立的)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은 인터넷만 해도 그렇습니다. 가상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는 인간의 정신 활동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가상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에 따라 그것은 선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악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류 과학문명의 최고봉에 위치한 핵에너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래 인류를 책임질 에너지가 될지, 아니면 이 지구상에서 인류를 멸종시킬 함정이 될지는 전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 의지의 지향성에 달려 있습니다. 이렇듯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정신없이 발전해가는 과학문명과 인문과학의 파도 속에서 오히려 혼란스러워하며 삶의 방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강렬한 하느님 체험을 목말라하는 현대인

 교회 내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학은 2000년의 역사를 거치며 발전할 대로 발전했습니다. 머리만 커진 오늘의 현대인들, 그리고 신앙인 역시 하느님에 대해 얘기하는 수많은 책들을 바라보며 냉소(冷笑)짓고 무덤덤해 할 뿐입니다. 하느님을 설명하기 위한 수많은 논리와 개념은 더 이상 현대인들에게 아무런 호소력을 갖지 못합니다.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 같은 분이 물질문명과 무신론으로 팽배한 현대인들에게 존경 받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하는 강력한 원천이 되는 것은 인간의 그 어떤 논리도 넘어서는 하느님에 대한 강렬한 체험과 삶 속에서의 구체적인 실천이 뒷받침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이 시대는 하느님을 체험한 위대한 성인을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그 성인이야말로 존재 자체로 하느님이 존재하신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으며 거기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이 어떤지를 몸소 살아내고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천상을 향한 안내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녀 데레사는 그 어떤 성인보다도 이 시대에 빛을 전해줄 수 있는 강렬한 하느님 체험의 소유자이자 천상을 향해 길을 뚫은 증거 성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천상을 향해 길을 뚫은 성녀 데레사

 성녀 데레사는 어떤 인간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한 사상 체계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16세기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모든 면에서 약자로 살았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녀가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는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하느님을 향한 열절한 원의를 불사르게 만들어 줍니다. 아찔할 정도로 발전해가는 물질문명의 편안함 속에서 초월적인 가치를 망각하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오늘 이 시대에 인간 존재의 핵(核)을 꿰뚫는 힘 있는 하느님 체험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가장 호소력을 지닌 성녀 데레사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필자는 이러한 성녀 데레사의 영적 가르침에 비추어 우리들의 영성생활을 성찰하게 해주는 다양한 주제들을 약 1년간 나누고자 합니다. 성녀 데레사께서 여러분들의 영성생활의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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