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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 9 - 기쁨과 은총 가득한 나날들

박광호(모세,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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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 마리애는 나에게 경이로움을 주었다. 성모님을 총사령관으로 모시고 성모님의 정신에 따라 개인성화와 하느님 영광을 실현하는 삶이 나를 사로잡았다. 성령님이 함께 하는 이 단체가 내 영혼을 깨우쳤다.
 그것은 내 신앙을 돌아보게 하고 신앙의 본질을 깨닫게 했다. 레지오를 알기 전까지 나는 그저 나만의 신앙에 안주했다. 그러나 개인 중심적 삶이 나 자신뿐 아니라 교회공동체 나아가 하느님께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가를 알게 됐다.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행동할 때 내 영혼이 살고 공동체가 산다는 사실을 레지오 안에서 체험했다.
 첫 활동은 가정방문이었다. 선배 단원과 함께 쉬고 있는 교우들을 찾아가 대화하고 기도했다. 나는 활동을 통해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느꼈다. 또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혹은 육신의 고통을 겪고 있는 대상자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음에 여간 뿌듯하지 않았다.
 레지오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 시간 활동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활동에 빠져들면서 시간은 안중에 없었다.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수차 방문하고, 대상자와 그 가족들과 대화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레지오 단원들이 성모님을 대신해 주님 말씀을 전한다는 사명감이 들면서 더욱 신명이 났다.
 나는 다른 활동에도 열을 올렸다. 교리교사가 돼 초등학생들을 지도하고, 주일미사해설도 했다. 또 소년 쁘레시디움에 단장으로 파견되고, 오래지 않아 소년 꾸리아 단장에 선출됐다. 이처럼 바쁘게 살면서 하루하루가 기쁘고 행복했다. 돌이켜볼 때, 이 시기야말로 성령의 은혜가 충만한 때였다고 감히 밝힌다.
 그 무렵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레지오 활동을 하고 귀가하면 그날부터 으레 사나흘은 앓았고, 환부의 고름이 증가했다. 나중에는 새로운 곳에 염증이 몰려오면서 환부가 여러 개로 늘었다. 그렇다고 레지오를 쉬거나 탈퇴할 생각은 없었다. 나에게 삶의 활력소가 된 이 좋은 단체를 어찌 멀리한단 말인가.
 나는 기를 쓰고 레지오 단원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무엇보다 주회합에 꼭꼭 참석했다. 배당받은 활동결과를 보고하고 새 배당을 받기 위해서였다. 활동 또한 펑크를 내지 않았다. 내가 중병 중에 있다는 걸 알아차린 신부님과 간부들이 휴가하기를 권했으나 거절했다.
 왜 그러했을까. 나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약을 쓰지 못한 채 병이 깊어 있으니, 죽음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것은 레지오 단원으로 많은 공로를 쌓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느님 앞에 나아갔을 때, 하느님께서 "너는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으실 때 "레지오 단원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하고 대답하리라 다짐 또 다짐했다.
 1968년 여름 어느 날 집에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을 때였다. 홀연히 한 암시가 뇌리를 스쳤다. "너는 낫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망상이려니 일축했다. 그런데 다음날 더욱 구체적인 내용이 들렸다. "너는 반드시 낫는다. 하느님은 30여 년 간 고생한 너를 데려가는 잔인한 분이 아니시다.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시다."
 이 암시는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죽음을 지척에 둔 나에게, 죽음의 날을 기다리는 나에게 어찌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그러나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께 여쭈었다. "하느님! 제가 어떻게 하면 낫겠습니까?" 답변은 더욱 놀라웠다. "결혼을 해라. 결혼해야만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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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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