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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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 14 - 삶은 계속되고

박광호 (모세,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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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 자비의 하느님!
 "하느님! 당신은 저에게 완쾌를 주셨습니다! 당신이 하시는 일은 불가능이 없으십니다!"
 내 기쁨은 형언하기 어려웠다. 하느님께 감사하며 영광을 드렸다. 비단 그때만이 아니다. 완쾌된 지 35년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나는 난치병이 완치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새기며 하느님의 큰 사랑을 헤아린다. 그 첫 번째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함께 하셨다는 사실이다. 내가 고통 중에 몸부림칠 때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시고, 완쾌의 신념을 갖도록 줄곧 보살펴 주셨다. 보잘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나를 사랑해 주신 하느님이시다.
 두 번째는 하느님께서 자비의 때, 구원의 때를 보여 주셨다는 사실이다. 내가 겪은 시련은 이 날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코린토2서 6장 2절은 이에 관해 "하느님께서는 `너에게 자비를 베풀 만한 때에 네 말을 들어주었고, 너를 구원해야 할 날에 너를 도와주었다`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하고 있지 않은가.
 세 번째는 하느님께서 당신 영광을 보여 주시려고 레지오 마리애를 이용하셨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레지오 입단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지 못한 채 난치병에 시달리다 속절없이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때 레지오 단원으로서 활동했기에, 성모님께서 각별히 사랑해 주시고 전구해 주셨다고 믿는다.
 네 번째는 기도의 힘이다. 야고보서 5장 15절에서 "믿고 구하는 기도는 앓는 병을 낫게 할 것이고, 주님께서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고 하지 않았는가. 가장 확실한 은혜를 주는 묵주기도로써 나를 이끌어주시고 살려주셨다. 여기에서 결혼해야 낫는다는 수수께끼가 풀렸다. 나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의 기도가 그 해답이었다!
 마태오복음 18장 19-20절을 보라.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오! 하느님의 심오한 가르침이여!
 
 이번에는 가난과의 전쟁
 병이 완쾌된 다음 달에는 첫아들이 태어났다. 우리 부부에게 잇따른 경사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 이태 후에는 작은아들이 태어났다. 비록 가난하게 살았지만 부자가 된 심정이었다.
 당시 가난은 나에게 새삼스러운 단어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건강을 되찾은 후에는 갑자기 커다란 바위에 깔린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병 중에는 오직 완쾌에 목표가 있었으므로 가난이 뒷전이었다. 그런데 정작 완쾌하고 자식이 생기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루 빨리 자립하지 않으면 안 됐다. 애완조 사육을 하려고 십자매ㆍ잉꼬ㆍ문조 등을 사들였다. 사육장을 갖추지 못해 단칸방의 벽에 새장을 쌓고 커튼을 쳤다. 가족들 특히 아기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내는 화장품 가방을 들고 가정방문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목포 골롬반병원에 취직했다. 얼마 후 아내의 직장에서 가까운 동네로 이사했다. 그제야 방 하나를 사육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새들은 번식이 잘되었고, 시내 소매상에 팔려가면서 생계에 다소 도움이 됐다.
 여기에는 아내의 내조가 컸다. 아내는 직장이 쉬는 날 시골 장에서 새들의 모이를 사왔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고 그곳에서 저고리동정을 판 다음 차좁쌀 한 말을 머리에 이고 돌아왔다. 늘 고맙고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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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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