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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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58. 사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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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신학교에 가려는 나이 든 성소자입니다. 평소 사제 생활에 대한 동경과 기대가 있었기에 마음의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있는데, 얼마 전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문제는 정신의학이나 상담가들이 다 해결해 주는데 사제가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사제는 현대 사회에서 그 역할이 점점 없어져 가는 사양 문화 가운데 하나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분은 유럽의 예를 들며 갈수록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일을 왜 하려 하느냐, 차라리 진로를 바꾸라 하는데 당혹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더군요.



답: 이는 아마 형제님이 사제가 되고 난 후에도 받을 수 있는 질문입니다. 그분이 한국 가톨릭 교회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니 괘념치 마시고요. 유럽의 가톨릭 역사는 오래됐고 긴 역사 안에서 가톨릭 교회의 여러 잘못에 대한 유럽인들의 트라우마와 개인ㆍ물질주의적 성향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유럽 교회를 지금처럼 되게 한 것입니다. 그러니 한국 교회를 같은 저울에 올려 비교할 일은 아닙니다. 또 정신의학이나 상담가들과 사제들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우선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은 환자입니다. 심리적 병을 앓는 환자들이 찾아오기에 그분들이 하는 일은 치료에 국한됩니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는 환자를 위해 기도해 주거나 집안일에 같이 나서주는 등 일상적인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극히 한정된 장소와 시간에 치료합니다.

가끔 ‘현대의 사제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이런 면을 간과하는 경우라고 보면 됩니다. 더욱이 그분들은 그 일이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입니다. 이에 비해 사제의 직무는 직업이 아닙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뜻, 세상을 복음화하는 데 헌신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생계가 아니라 존재 의미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사제가 독신제를 고수하는 이유도 바로 사제직의 직업화 현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제들은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처럼 개인적인 치유를 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직분을 갖습니다. 물론 사제는 권력을 지향하거나 정치적인 편견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사제는 공동체가 건강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패한 사회 지도자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직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혹자들이 비난하듯이 좌파거나 종북이 아닙니다. 사제들은 철저하게 복음주의자일 뿐입니다. 사제들은 교회를 찾아오는 분들을 구원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정신적 치유자의 역할도 하지만 그것은 사제 직분의 일부일 뿐 사목의 주 관점은 영혼의 구원입니다. 시한부 같은 삶을 마치고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살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사제의 본래 직무입니다.

사제는 성사로 신자들의 삶을 하느님께 이끌어갑니다. 특히 미사를 통해 공동체의 영성과 치유의 자리를 갖고 고해성사를 통해 내적 문제를 풀어갑니다. 이 밖에도 신자들의 일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합니다. 태어나기 전엔 임신을 위한 기도를 해주고, 태어나면 세례성사를 주고, 성장하면서 성체성사 고해성사를 통해 영혼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고, 혼인ㆍ병자ㆍ견진성사 그리고 죽은 후에는 장례 미사를 해주고 죽은 사람을 위해 위령 미사를 해주는 등 인생 전체를 돌보는 것이 사제직입니다.

이렇게 개인의 인생 전체에 관여하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는 없습니다. 그러니 형제님은 사제직을 지원하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렇듯이 인생의 전반에 걸쳐서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 사제직이기에 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무지한 지도자가 되지 않도록 공부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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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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