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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33> 성체훼손, 더 강력해진 억압기제에 직면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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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핵심이며 본질인 성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10일 제주 강정마을의 성체 훼손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독자들에게 그 전문을 소개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8월 8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천주교 신부들이 미사를 집전하던 중에 경찰이 강제 진압을 시도하다가 성체가 훼손된 사건에 대하여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는 가톨릭교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폭거임을 밝힙니다.

 성체는 예수님께서 인류를 위하여 내어주신 그분의 몸으로, 우리 가톨릭 신앙의 핵심이며 본질입니다. 성체가 훼손된 것은 우리 신앙의 대상이신 예수님께서 짓밟히신 것이므로, 가톨릭교회는 이를 절대로 묵과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강행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처음부터 주민의 뜻을 왜곡하였고, 의사 결정과 공사를 강압적 방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하였으며, 제주지역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심화시켰습니다.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는 동안, 경찰 등 공권력은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집회에 강압적, 폭력적으로 대응하였고, 가톨릭교회의 신성한 종교집회인 미사에 난입하여 사제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직접적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유감스럽게도 정부는 그 뜻을 무시하며 경찰의 폭력 행사를 묵인하였습니다. 그 결과 가톨릭 신앙의 핵심인 성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책임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합니다. 아울러 국가 안보라는 미명하에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하여, 제주도를 정의와 생명의 가치가 살아있는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합니다.

 #힘겨운 도전에 직면한 교회

 과거 군사독재 시절 수많은 무명의 학생과 노동자, 지식인과 언론인, 문화예술인과 종교인은 이웃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사목헌장」 1항)를 함께 나누었다.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 결실로서 오늘의 우리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주권재민의 원리와 시민 기본권을 인정하는 민주주의 제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곧게 낼 길, 메워야 할 골짜기, 낮추어야 할 산과 언덕, 평탄하게 해야 할 거친 길"(루카 3,5 참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새 하늘 새 땅`의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어쩌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겨운 도전에 직면했는지 모른다.

 "세계화를 구호로 내세우며 등장한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은 모든 사물에 자본의 논리를 강요하며 인간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과거 정치 이데올로기와 법률체계, 매스미디어 등을 통해 저항세력을 억압하고 소외시키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자본의 힘까지 결합되어 모든 비판과 반대의견을 잠재우는 새로운 방식의 억압의 기제를 보편화하고"(존 베리의 「사상의 자유의 역사」 중에서)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용산 참사, 해고노동자 죽음, 강정 해군기지 건설, 경비전문회사의 파업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직장폐쇄….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그 공통점은 정치 이데올로기, 법률체계, 매스 미디어와 자본의 힘으로 무장한 새로운 방식의 억압기제가 작동했다는 점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무력하게 처형되신 것처럼, 오늘날 새로운 방식의 십자가(억압기제) 무게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도 그 억압기제의 작동 앞에 무참히 내팽개쳐진 것이다.

 "구원의 봉사자인 교회는 추상적 차원이나 단지 영적 차원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과 역사의 구체적 상황 안에 있다"(「사목헌장」 40항).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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