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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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경영을 생각할 때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8) 숲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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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아파트의 분양 광고에 ‘역세권’이란 말이 사라지고 ‘숲세권’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택의 선정 기준에서 빠질 수 없는 조건이 바로 전망권이다. 그러나 과거 이런 전망권은 ‘상권’이나 교통의 편리함을 위해서는 희생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젠 어떤 다른 조건보다도 숲이나 녹지, 그리고 강과 바다를 볼 수 있는 조망권은 가장 먼저 고려되는 선정 조건이 되고 있기에 아파트 분양업자들은 이 ‘숲세권’을 앞세워 광고한다.

벌써 7년 전, 내가 대전에서 청주로 이사 오면서 가장 고려했던 주거 조건은 바로 거실 창에서 숲을 볼 수 있는 집이었다. 그런데 그런 집을 찾는 것이 쉬운 게 아니었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나오는 집마다 보이는 건 다른 건물이나 시내의 콘크리트뿐이었다. 그런데 행운이 찾아왔다. 갑자기 나온 집이 있어 가보았더니 거실에서 구룡산이란 숲이 보이고 또 동의 위치도 숲과 가까워서 바로 숲으로 갈 수 있는 접근성도 좋았다. 물론 주변의 시세보다는 좀 높았지만 바로 계약하고 살고 있다. 심지어 이 구룡산 숲길로 출근과 퇴근을 하는 호사까지 누리며 살고 있다.

나무나 숲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도 이미 밝혀졌다. 얼마 전의 자료이지만 서울 금호동과 옥수동의 아파트 가격을 조사했는데 한강과 주변 숲이 보이는 집은 1~2억 원씩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북한산 인근 아파트에서도 숲을 볼 수 있는 아파트가 수천만 원씩의 웃돈이 붙어 판매된다고 한다. 숲의 아름다움을 단지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은 편협하지만, 경제성이 또한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임은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방법도 숲의 중요성을 알리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숲이 주는 여러 혜택을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공짜로 누리고 있다. 마치 햇볕이나 숨 쉬는 공기와 같이 주인이 없고 모두가 그냥 누리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숲의 경우에는 그 숲이 주는 혜택들을 창출해 내기 위해 산주들이나 국가에서 많은 비용을 투여하고 관리하여 보존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공짜로 소비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숲의 약 68가 사유 소유이고, 독림가들은 헐벗었던 산에 가진 모든 것을 투여해서 울창한 숲을 이룬 분들이다. 그런데 이 숲들이 주는 깨끗한 물과 공기, 아름다운 경관, 홍수와 기후의 조절 등의 혜택을 우리 국민들은 공짜로 누리면서도 미처 고마움 마저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무임승차 문제는 숲을 가꾸고 보존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고 결국 숲에 대한 경영 의욕을 잃게 한다. 공원 지역, 그린벨트, 상수원 보호 등의 목적으로 지정되어 있어 재산권의 침해가 크지만,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

숲의 공공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가 이러한 숲을 구입해서 관리하면 최선책이 될 수 있겠지만, 재정의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국가는 수혜자들로부터 편익에 대한 대가를 받아서 이를 산림경영자들에게 돌려주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임승차의 문제를 해결하고 숲을 가꾸고 보존하는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숲이 전체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림국이다. 이 숲의 68가 사유림이므로 사유림의 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 귀한 우리나라의 자산이 방치되고 만다. 사유림 소유자들에게 숲 경영에 대한 관심을 돌려줄 때 우리나라는 숲에서 국가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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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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