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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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미셸이 어린이집에 가요

하형숙 수녀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안산 빈센트 의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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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지리아에서 온 젊은 유학생 부부가 있었다. 임신이 되자, 의원에 와서 임산부 관리 및 예비 엄마 준비를 했다. 분만 예정일이 머지않은 어느 날, 갑작스레 진통이 왔고 이내 양수가 터졌다. 당황하며 밤을 보낸 부부는 날이 밝자 무조건 의원으로 찾아왔다. 다른 산부인과로 가야 했지만, 우리는 인근 조산원에 도움을 청하고 분만 가방을 가져가 출산 준비를 했다. 곁에서 산고의 아픔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간을 견뎌야 했는데, 얼추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아기는 첫 울음을 터뜨리며 세상과 만났다. 그때까지 이곳 수녀들은 모두 초긴장 상태였다. 분만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탯줄을 자르고 아기 몸을 씻기고 나서 엄마 품에 안겨줬다. 미셸은 그렇게 태어났다.

 곧바로 우리 발걸음은 주방으로 향했고 서둘러 미역국을 끓여 산모에게 먹게 했다. 특히 출산 후에 먹는 미역국의 탁월한 효능을 설명해주며 한 그릇 또 먹게 하고…. 그때부터 미셸은 의원의 단골손님이 됐다.

 봉사 오는 소아과 선생님은 정기 예방 접종을 위해 백신을 따로 준비하는 등 미셸의 특별한 주치의가 되셨다. 또 환절기에 찾아오는 감기 때문에 주사를 놓을라 치면 주삿바늘이 무서운 미셸은 온몸으로 발버둥치고, 젊은 엄마는 덩달아 무서워 문밖에 서서 울었다. 미셸이 어느덧 백일이 지나 첫돌을 맞았을 때 의원에서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무럭무럭 자라길 기도했다.

 이제 어린이가 된 미셸에게 말을 건네면 "뭐라고?" 하면서 불쑥 한국말을 해 우리 입가에 한가득 웃음을 베어 물게 한다.

 아침이면 미셸은 어린이집에 간다. 꽁꽁 땋은 곱슬머리에 구슬까지 묶어 꽃단장하고는 집을 나선다고 한다. 요즘도 미셸은 가끔 의원에 온다. 볼살이 통통히 오른 흑진주 빛깔의 얼굴에 왕방울만한 두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들어서며 우리 환대를 받는다. 그런데 미셸은 도도하다. 눈길도 건네지 않고 있다가 곁에 있는 엄마 지시를 받고서는 그제야 두 손 모아 배꼽 인사를 한다.

 세상 모든 아이에게는 그 아이를 지켜주는 천사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미셸을 볼 때마다 미셸의 천사가 우러르는 주님 얼굴을 우리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미셸의 수호천사도 흑진주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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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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