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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임마누엘 케네디

정윤섭 신부 (인천교구 이주ㆍ해양사목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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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답동성당 사무실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추운 날씨 탓인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던 그는 내가 들어서자 일어서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검은 손을 수줍은 듯 내밀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그의 이름은 `케네디(Kennedy)`란다.

 오호! 이 얼마나 기억하기 쉬운 이름인가?

 사실 외국인들은 한 번 인사를 나누고 다시 만날 때 쉽게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데, 한국인에게는 그들의 어려운(?) 이름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검은 얼굴의 케네디는 그 이름을 기억하기도 쉬울뿐더러 반갑기까지 했다. 더구나 세례명은 `임마누엘`이란다.

 `주님께서 함께하시는 검은 사람 케네디.`

 나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외국인 미사 시간을 알려줬다. 그도 필요한 몇 가지를 묻고 나와 전화번호를 교환한 후 헤어졌다. 사실 나는 처음 만나는 외국인과 수월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다쟁이도 아니고, 그만큼의 언어 실력도 되지 못한다.

 그런데 케네디가 헤어지기 전 가톨릭 병원에 대해 질문했던 게 오후 내내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봤으면 한다고 했는데…. 내 안에선 `그래, 내가 무슨 말인지 잘못 알아들은 걸 거야`와 `진료를 받도록 한 번 힘써 봐!` 사이의 시소가 오르내렸다.

 얼마간 고민이 이어지다 그에게서 받은 전화번호를 꺼냈다. 그리고 인천 나사렛국제병원 원목 신부와 수녀에게 도움을 청해놓고 그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도움이신 하느님`이 가까이 계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친절한 의사 선생님과 직원의 배려로 적은 비용으로 검사를 받고 약을 샀다. 의사는 증상이 계속되면 다시 오라는 말까지 해줬다. 돌아오는 내내 케네디는 "감사합니다. 저는 행운아입니다"란 말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오히려 내가 케네디를 만난 것이 행운`이란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50살이 넘은 그는 자신의 건강을 걱정했고, 세 자녀를 포함한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임을 의식했다. 중고차 무역상인 그는 이번에 중고차 8대를 구입해 돌아간다며 한국을 종종 방문하게 될 거라고 했다.

 "Hey, Kennedy!(헤이, 케네디!)"

 며칠 후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병원에 다녀온 후 몸에 이상은 없다며 지난 주일에는 외국인 미사에 참례해 독서까지 했단다. 그리고 곧 가나로 돌아간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했다. 다음에 다시 볼 것을 기약하면서.

 `임마누엘 케네디`. 그가 다음에 한국을 찾을 때에도 내 전화번호를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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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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