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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당신은 선원입니까?

정윤섭 신부 (인천교구 이주ㆍ해양사목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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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 you a seaman? (당신은 선원입니까?)

 새해 첫날 인천 답동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빠져나가는 외국인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다 육감적으로 선원으로 느껴지는 이들이 있어 가던 길을 멈추고 물었다. 답동성당 주변 신포동 시장과 지하상가는 인천항에서 가까워 외국인 선원들이 걸어서 외출할 수 있는 거리여서 선원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새해 첫날에도 나는 선원 골라내기(?)에 성공한 셈이다.

 `스텔라마리스(해양사목)` 담당 신부라고 나를 소개하고 그들의 배 이름과 정박 부두 위치를 확인했다. 나는 내일 배를 찾아가겠다고 약속하고 그들에게 필리핀 수녀님도 소개해줬다. 고해성사를 청하는 이가 있어 바로 성사도 줬다.

 이튿날 인천항에 들어가니 낯익은 배 이름 AMBER SUN(엠버썬)이 눈에 들어왔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오가며 중고 자동차를 실어나르는 선박으로, 지난해 성탄 때 한 차례 방문했던 배다. 망망대해를 다니며 해적의 위험에 대처하고자 마네킹 경계병까지 선창 위에 세워 둔 육중하면서도 낡은 배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반가운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그런데 막상 배에 오르니 왠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어두운 통로와 작은 엘리베이터 등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선원들이 모두 낯설었다. 지난해에 있던 선원들은 계약이 끝나 떠나고, 새 선원들이 승선한 것이다. 그들은 전날 답동성당에서 만난 선원들이다.

 나는 일등 항해사를 만나 새해를 맞는 기념으로 배 안에서 미사를 봉헌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단번에 알겠다며 선장에게 허락받으러 무전기를 켰다.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선장의 영어 말투가 왠지 친숙하게 느껴져 물어보니 한국 사람이란다. 개신교 신자인 선장은 나를 엘리베이터까지 안내해주며 "매 주일 이들이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 선원들을 위한 개신교 선장의 배려였다.

 다음날 미사 준비를 마치고 다시 배에 올랐을 때 선원들은 하나같이 맞선 보러 나온 총각 아니면 마치 새신랑 같은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다. 면도도 하고 옷도 말끔히 갈아입은 그들 모습에서 그들 각자가 간직한 새해 소망과 고향의 가족을 향한 마음이 엿보였다.

 미사 후 나는 `필리핀 고향에서 직접 사온 바나나`라는 농담을 던지며 바나나를 선물했다. 기념품과 함께 영어 성경책 등을 전달하고 준비해간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새해 첫 달 생일을 맞은 선원을 축하하고, 그들이 준비한 샌드위치를 함께 나눠 먹고 돌아왔다.

 그렇게 엠버썬 멤버와 올해 첫 선상 미사를 봉헌했다. 날씨는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작업이 지연되면서 엠버썬은 예상보다 늦게 출항했다. 지금은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있을 엠버썬의 멤버들이여, 해적들은 꼭 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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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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