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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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걸어서 아시아 속으로

정윤섭 신부 (인천교구 이주ㆍ해양사목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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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 오후, 부지런히 점심을 먹고 인천 가톨릭회관에 있는 외국인노동자상담소를 찾았다. 얼마 후 첫 손님이 들어왔다. 방글라데시 사람인 그는 "한국말 `악당`을 떠올리면 제 이름을 잊지 않을 겁니다"하며 자신을`악달`이라고 소개했다. 능숙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이 형제는 한국생활이 10년을 넘었단다. 그의 행동과 말에서는 노련함이 풍겼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외국인과 방글라데시인을 위해 봉사하는 그는 우리 상담소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외국인을 위한 외국인 봉사자인 셈이다. 그는 평소 통ㆍ번역을 돕고 법률문제도 상담해준다. 상담소는 이날 따라 장날을 맞은 듯 분주했고,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언어로 각자 문제를 풀고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사회사목센터에 자리한 무료진료소를 방문했다. 무료진료소는 병원과 똑같다. 이곳에는 치과와 내과를 비롯해 물리치료실, 한방치료실, 약국 등이 갖춰져 있다. 의사와 간호사, 약사들은 쉼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맞는다. 이곳 봉사자들은 일주일 동안 각자 현역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들이다. 이들은 주일마다 무료진료소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전하는 이웃이다.

 한쪽에는 진료소를 찾은 외국인들이 서로 담소도 나눈다. 그들은 테이블마다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스리랑카, 필리핀, 베트남 등 나라별 대화의 장을 펼친다. 나는 환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나를 소개했다. 매 주일 오후 4시 답동성당에서 꾸준히 영어 미사를 봉헌해온 덕에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무료진료소는 평일 병원을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 주일 주님 손길을 접하게 해주는 치유의 장소이자 아픈 이들에게 천사의 손길을 느끼게 하는 거룩한 곳이다. 말설고, 물설고, 낯선 외국에서 그들은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인 건강을 돌보고 간다.

 얼마 후 다시 상담소로 가보니 막 한글교실을 마친 선생님과 학생들이 들어왔다. 학생이 많이 오지 않았다며 염려 섞인 말을 건네는 선생님과는 달리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는 베트남 청년이 수줍게 인사했다.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된 그는 알아듣기 어려운 한국말을 연신 내뱉었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미소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미소는 만국 공용어다.

 아빠가 상담하는 동안 엄마와 장난치고 있는 파키스탄 꼬마 아이와 눈인사를 나누고 성당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영어 미사 후 필리핀 공동체 생일축하 자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필리핀 자매 3명이 케이크 촛불을 끄자 필리핀 신부님과 수녀님, 형제ㆍ자매들은 직접 준비한 음식을 가져와 축하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어 노래와 웃음이 섞인 재미있는 `디너쇼`가 만들어졌다. 신나는 저녁 만찬으로 주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주일 오후 `걸어서 아시아 속으로` 여행을 원하시는 분은 지금 예약하시라!

 ▨문의 : 032-765-1094, 인천교구 이주ㆍ해양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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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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