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길 가다가 부딪히면 먼저 큰소리쳐요. 그러면 그 사람 가만있어요. 안 그러면 나한테…."

　괴팍한 자기 성격이 자기 나라 민족성이라고 주장하며 자기식으로 살겠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S. 그러면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어허이…. 내가 어디 그 나라를 안 가봤나? 세상에 그 나라만큼 좋은 나라도 없더만…."

　뻥이다. 실상은 그 나라 옆에도 못 가봤으면서.

　이렇게 이야기 꼬리가 터지면 미주알고주알 다 나온다. 영어로 했다가 말이 안 통하면 몸짓으로. 그의 감정에 나를 몰입시켜 동조해준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S는 언어는 서툴지만 눈망울을 굴리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나라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 S는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성격이라 급기야는 `기숙사 퇴소설`까지 돌았다. 하지만 그 아이도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얼마나 힘들까 싶어 상담을 하고, 미술 및 행동치료로 성격인지도와 행동심리상태를 함께 풀어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기숙사에는 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150여 명의 외국 학생들이 산다. 학생들은 마음을 터놓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될 때 문제를 일으킨다.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중요한 실마리를 푸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국적을 초월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이 높아서 힘든 것도 있지만, 실상 그 학생들과 소통하려면 언어가 아니라 마음이 앞서야 한다. 소통은 진정한 사랑이 밑거름이 되지 않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다.

　학생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체감할 때 국적을 초월한 사랑으로 통교 되는 것이다. 그러면 홀로서기와 자아 이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갈구하는 참신한 학생으로 서 있게 된다.

　학생들은 음식 적응이 안 될 때 모든 것을 짜증과 화로 표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학생보다 외국 학생들이 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지인 도움으로 숯불갈비집으로 대거 출동하면 기함할 정도로 고기판을 비워낸다. 20여 명이 가서 100인분을 넘게 먹을 때도 있다. 고기를 굽는 아이들을 보면 예뻐 죽겠다.

　"우리는 날아오르고 싶어요. 높이 높이…."

　"왜?"

　"우리나라 아직 못 살아요. 내가 많이 배워서 훌륭한 사람 되면 우리나라에서 좋은 일 하고 싶어요."

　탁 트인 포항 바닷가에서 학생들이 뛰어올랐다. 서로 손을 잡고 우리 학생들이 높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