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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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교수님요… 자투리 좀 고만 하이소"

최영옥 수녀 (대구가톨릭대 기숙사 사감장, 예수성심시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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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수녀님, 만나고 싶어요. 지금 보고 싶어요…."

 뭔가 또 일이 생겼나 보다. 목소리에 긴장과 답답한 마음이 묻어 있다.

 볼리비아 학생(S)과 중앙아프리카 학생(L)이 단숨에 달려왔다.

 "오늘 바빠요. 내일 바빠요. 처음에 안 그래요(안 그랬는데). 지금은 바빠요. 친구들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공부할 때는 몰라요(못 알아들어요). 교수님들 많이 많이 자투리 해요. 그래서 어려워요. 힘들어요."

 엥? 이건 또 뭔 말이여? 조선 사람이 조선말 해석이 도통 안 되는구먼. 자투링? 자투? 사투? 사투링? 아! 사투리? 자투리가 아니고 사투리? 아차차 싶었다. 그래 이제 너희가 어학당(대학교 1학년 입학 전 한국어를 배우는 언어수업) 과정을 끝내고 어엿한 대학생이 된 것을….

 한국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학에 입학할 수 없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해, 한국어 능력 시험 전원 합격 소식에 기뻐하기만 했지 다른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머릿속이 뿌연 안개가 덮이듯 먹먹해졌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빨리 다음 단계를 잡아주지 않으면 아이들 마음에는 또 다른 자신만의 틀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에….

 1년간 언어과정을 거쳐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합격했지만 외국인으로서 한국 학생들과 같이 대학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엄청 피곤한 과정인 것만은 틀림없다.

 S와 L의 현재 마음의 안정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불안하고 답답하고 힘겨워하고 있음이 미술 치료에서 선명히 나타났다. 겉으로는 한껏 밝은 모습으로 말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답답함과 무력함이 큰 무게로 짓누르고 있었다.

 대구가톨릭대에는 외국인 학생 450여 명이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공부하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어른들의 틀에 박히기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서로 받아 안고, 함께 고민하고 웃으며 나누는 삶을 살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아이고…. 존경하옵는 우리 교수님들요. 우짜자꼬 내 이뿐 아그들 앞에서 자투리(사투리)를 고로코롬 씀시로 강의를 했다요. 통촉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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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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