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가톨릭 신앙의 보물]<6>기도, 힘드신가요?- 양승국 신부(살레시오회)

진실, 간절한 기도는 회개와 사랑 낳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기도는 하느님과 만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만나는 신자분마다 기도하기가 참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신앙생활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데 가장 중요한 도구며, 신앙생활을 성장시키는 의미 있는 선물이 기도인데, 이런 기도가 어렵다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답변을 한다.
 "먼저 기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보세요. 그리고 기도의 대상이자 주체이신 하느님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 보십시오. 또 한가지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신앙의 선조들이 어떻게 기도했는지 파악해 보십시오.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하느님 만나는 행복한 시간, 기도

 기도의 초보자인 우리에게는 기도 교사가 필요하다. 성경을 천천히 읽고 묵상해 보자. 훌륭한 기도 스승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기도 교사는 바로 예수님이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어떻게 기도하셨는지 잘 소개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의 바쁘신 와중에도 틈만 나면 외딴 곳에서 열심히 기도하시고 큰일이 있을 때도 그러셨다. 12사도를 뽑기 전 날도 밤새워 기도하셨고, 쓴잔을 마셔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홀로 겟세마니 동산에 올라 피땀 흘리며 기도하셨다.

 예수님께서 바치신 기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른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 자주 홀로 외딴 곳으로 가셔서 기도하셨다. 하느님 아버지와 나를 잇는 일대일 기도를 자주 바치셨다. 침묵 속에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듣기도 하고 하느님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침묵기도와 묵상기도를 하셨다.

 예수님은 언제나 당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뤄 달라는 지향으로 기도하셨고, 당신의 양떼들, 세상과 인류 전체를 위한 이타적인 기도, 즉 큰 기도를 바치셨다. 그리고 이 기도에는 진심이 담겨 있고 열렬했다. 빈말이 되풀이되는 기도를 싫어하셨고, 겸손하셨으며, 우리를 향해서도 자주 골방에 들어가 기도할 것을 권하셨다.

 우리보다 먼저 살아간 기도 스승들의 말씀을 통해서도 참기도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소화 데레사 성인은 "기도는 영혼의 용솟음"이라고 말했다. 복자 샤를 드 푸코 신부는 "기도는 내가 사랑 어린 시선으로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분은 사랑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상호행위"라고 정의했다. 교부 에바그리우스는 "기도는 온순함의 꽃이며, 분노에서 해방되는 자유입니다. 기도는 기쁨과 감사의 열매입니다. 기도는 슬픔과 낙심을 치유하는 치료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기도는 "호흡이다", "기도는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다리 하나를 놓고 그 사이를 왕래하는 일"이라고 말한 이들도 있다.

 이처럼 기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폭넓은 개념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과제가 생긴다. 그동안 우리가 지니고 있었던 기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기도는 단순히 무엇을 해달라고 조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로 넘어가는 일이다. 불완전한 우리 인간성에서 완전한 하느님 나라로 넘어가는 일, 그리고 건너가 힘을 얻고 다시 인간 세상으로 넘어오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결실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다.

 또한 기도는 인간과 하느님과의 만남이요, 대면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나 자신으로 돌아가 하느님께 나아가야 한다. 거짓된 나, 포장된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인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티끌 같은 나,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진실하신 하느님, 모든 거짓된 포장과 허위를 떨쳐 버리고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기도의 결실인 하느님 향한 회심과 이웃 사랑

 좋은 기도를 위한 준비를 살펴보자. 우리가 지니고 있는 `하느님 상`이 그릇된 것이라면, 빨리 `참 하느님 상`으로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많은 경우 그릇된 하느님 상을 가지고 있다. 흔히 하느님을 자동판매기로 생각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이기적인 바람을 청할 때마다 들어주시는 자동판매기로 여기기도 한다. 다른 이의 힘겨움을 모른 체하고 나만 챙겨주는 하느님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하느님은 고통을 몸소 겪으신 분이다. 십자가를 몸소 지시고 죽음을 넘어서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신 십자가의 하느님이다. 우리의 하느님은 우리의 잘잘못을 하나하나 따지고 감시하고 벌주는 작은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것을 용서해 주시고 품어주시는 자비의 인내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기도에 앞서 하느님을 더 잘 알려는 노력과 미워하는 이를 용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그 모습을 명확히 드러내셨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며, 우리의 구원을 위해 당신 목숨조차 내놓으시는 분이다. 사랑하는 이를 예로 들어보자.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곁에만 있어도 좋고 바라만 봐도 좋으며, 말도 굳이 필요 없다. 하느님을 만나는 참기도는 이처럼 시간만 나면 그분을 바라보고 싶고 곁에 있고 싶은 것이다.

 이런 기도에 앞서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과거의 옷을 벗는 행위다. 사상의 옷을 벗고 예수 그리스도의 의복으로 갈아입고 기도를 시작하라는 뜻이다. 기도에 앞서 내 마음에 상처 준 이들, 용서가 안 되는 이들의 이름을 보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가 바치는 기도는 진실하고 간절해야 하며,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찾아야 하며, 침묵 속에 하느님 말씀을 경청하고 그분의 빛을 갈망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결실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사랑의 체험이다. 기도를 통해 놀라운 신비도 체험하지만, 진정한 기도는 그 신비 체험을 넘어 인간성 전체의 깊은 변화와 하느님을 향한 회심을 낳는다. 결국 기도의 결실은 회개요 사랑이고 그 절정은 이웃사랑, 즉 사랑의 실천일 것이다.

 기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도하고자 하는 본인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기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기도는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 기도 안에서 풍요롭게 행복한 날들을 엮어가면 좋겠다.

정리=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1-0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5

시편 25장 10절
주님의 계약과 법규를 지키는 이들에게, 주님의 길은 모두 자애와 진실이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