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제가 정신이상자인가요?

성탄, 인간생명의 가치ㆍ존엄성 드러내… 목자들은 하느님 구원사업의 목격 증인ㆍ복음의 첫 전달자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궁금해요

저는 40대 후반의 기혼 남성입니다. 과거에는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과묵한 편이었습니다. 열심히는 못해도 신앙생활도 잘하는 편이었고요. 그런데 몇 해 전부터는 가끔씩 운전을 하다가 다른 운전자들을 향해 심한 폭언을 하는가 하면 별것도 아닌 문제로 아내나 동료들과 다투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누군가를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신부님, 제가 정신이상자인가요?



대답입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과 정신의학에서는 현재 형제님에게서 나타나는 폭언과 다툼, 폭력의 충동 등과 같은 심리, 정신적 어려움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주고 있느냐 하는 정도를 정신 이상의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습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가정생활과 일상생활은 물론 신앙생활까지도 불가능해지지만 정상인들도 약간의 방해는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정신건강의 많은 기준들이 다음의 질문 안에서 요약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일과 사랑이 가능합니까?”

일과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은 책임감, 성실성, 의사소통 능력, 대인관계 능력, 자기조절 능력 등이 최소한의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이 질문은 건강한 신앙인이 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앙의 기초가 되지만 건강하지 못한 정신은 그렇지 못한 신앙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앙인들에게 건강한 정신의 문제는 신앙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기도하고 봉사하는 것처럼 신앙의 영역에서 함께 다루어져야 합니다.

탈무드에서는 사람의 마음속에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라는 두 개의 화분이 있다고 보면서 어느 쪽에 물을 주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한 사람 안에는 건강한 정신의 요소들과 건강하지 못한 요소들이 함께 존재하기에 결코 이 세상에는 100 정신이상자도, 100 건강한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건강한 사람’이란, 그에게 건강한 요소가 건강하지 못한 요소보다 조금 더 많거나 잘 발휘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정상과 비정상이 51대 49의 작은 차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형제님께서 과거에 그랬었다고 말씀하신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과묵한 성격은 사라진 것이 아니고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모습도 새롭게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사회생활과 가정생활 등에서 마주하는 어려움 속에서 형제님 안에서 아직 다듬어 지지 않았던 원식적인 형태의 모습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우선 형제님께서는 현재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동시에 형제님께 힘이 되는 것(여행, 산책, 음식, 휴식, 기도 등)을 찾아서 일상을 마주 대할 수 있는 심리적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때로는 마주하는 사건이 커서가 아니라 자신의 심리적 에너지가 작아졌기 때문에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방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형제님, 가끔씩은 ‘이상한 나’, ‘아픈 나’를 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 역시 ‘나’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희망을 잃지 말고 삶 안에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묵묵히 내 안에 있는 건강한 화분에 물을 주시는 몫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1-1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6

1요한 2장 10절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