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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우리 엄마는 성수(聖水)가 약인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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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20대 후반의 미혼 여성으로 엄마의 극성적인 신앙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성수(聖水)에 대한 특별한 신심을 강조하셨습니다. 악몽을 꾸실 때면 가족 모두와 집안에 성수를 뿌리셨고 제가 건강이 좋지 못할 때는 제게 성수를 뿌리셨습니다. 심지어는 성수를 마신적도 있습니다. 저와 다른 가족들도 이런 엄마의 행동을 불편해 하면서도 신앙과 엄마의 마음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합니다. 신부님, 우리 엄마 어쩌죠?



대답입니다

어릴 때 자주 본 영화에 등장하는 악령은 십자가와 마늘, 성수를 무척이나 싫어했습니다. 심지어는 성수가 닿은 그들의 살갗이 타들어가면서 “제발 성수만은 뿌리지 말라”고 부탁하는 악령들도 있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저는 자연스럽게 성수의 효력에 대한 강한 교육을 받으며 든든함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후 제가 성당에서 받은 성수에 대한 교육은 한마디로 “싱겁다”였습니다. 성당과 신학교 어디에서도 악령이 타들어가고, 병을 낫게 하는 영화 속 효력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습니다. 과거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고 과학이나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성수의 잘못된 사용은 훨씬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에도 정도만 달라졌을 뿐 성수에 대한 잘못된 사용으로 건강한 신앙을 위협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상처에 바르거나, 마시는 행동이 그러한 예입니다. 때로는 이들이 자신의 잘못된 신념과 검증되지 않은 체험을 제대로 된 신앙의 표지이고 열심한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남에게 강요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분들에게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마술적 사고”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는, 이성적 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것과는 거리를 둔 채 어떤 물건이나 행동에 특별한 힘과 능력이 있다고 믿음으로써 마술처럼 “짠”하고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사고는 불안과 연결된 정신질환과도 연결될 수 있기에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식의 사고에 유의할 것을 당부합니다. 최근에 7년간이나 죽은 남편의 시신을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천주교 신자 가정입니다.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그렇게 방치했다는데 이런 믿음도 바로 ‘마술적인 사고’로 인한 잘못된 신앙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매님, 엄마의 ‘마술적 사고’는 단순히 성수와 신앙생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경제생활, 교우관계 등과 같은 일상적인 영역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가족구성원들이 그런 사고를 체득할 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선 자매님께도 그런 사고의 형태가 있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다른 가족구성원들과도 합의하여 평상시에 가정 안에서 ‘마술적인 사고’보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차원의 대화나 문제해결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과정 안에서 때로는 여러 형태의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현명하고 부드러운 대처가 필요합니다.

또한 엄마의 그런 행동에 적절한 거부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성수를 뿌리며 기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꺼이 응하시면서 성수를 마시거나 바르는 차원에 대해서는 “하지 마세요!”라고 말씀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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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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