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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28) ‘공룡’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신의 삶을 바꾸는 한 마디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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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대학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한 다음 곧바로 수도원에 들어와 이제 곧 종신서원을 앞둔 어느 수사님이 있습니다. 해맑은 웃음으로 공동체 형제들과 기쁨 속에서 지내시는 그 수사님을 보면서 문득, ‘저 수사님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수도자의 길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수사님과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다가 물었습니다.

“수사님은 언제 수도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수사님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입회 동기를 말해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어요. 특히 ‘공룡’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토록 관심이 많았던 ‘공룡’ 연구가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4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마음이 뒤숭숭해지더군요. 한 학기가 지나면 졸업이고, 취직도 해야 하고, 그토록 좋아하던 ‘공룡’ 연구는 자신이 없고! 이래저래, 머리도 복잡해서, 당시 성소 담당 신부님에게 문자를 드렸어요. 그 전 주에 성소 모임을 한 번 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신부님께, ‘신부님, 혹시 공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천주교에서는 ‘공룡’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지구상에 공룡의 출현이나 멸종 이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내 문자를 장난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그 신부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는데, 그 답장이 삶을 바꾸어 놓았어요.”

“신부님이 무슨 답장을 보냈기에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요?”

“그 신부님 답장은 매우 간단했어요. ‘공룡, 고놈들 굉장히 무서운 녀석인데!’ 그 문자를 받자마다 처음에는 황당하다가, 배꼽잡고 웃다가, 이어서 깊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공룡’에 대해서 학교 교수님들은 평생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구하셨는데, 성소 담당 신부님은 어떤 ‘정확한 해답’을 넘어, 너무나도 간단하면서도, 피부로 와 닿게 내가 좋아하는 ‘공룡’에 관해 따스한 답을 준 것 같았어요. 그러다 그런 답을 자연스럽게 하신 신부님의 삶에 관심을 가지다가 ‘부르심’에 대한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음, 뭐라고 할까요, 세상의 풀리지 않는 그 어떤 의문과 질문에도 담담히 소신 있게, 정성껏 대답할 수 있는 삶, 그게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삶을 찾아 학교를 졸업하고 수도회에 입회했어요.”

참 싱거운 대화였습니다. ‘공룡, 고놈들 굉장히 무서운 녀석인데!’ 그 한 마디 말을 듣고, 자신의 관심을 바꾸어 수도생활을 선택했다는 그 수사님의 말이 싱겁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한 마디에 자신의 삶을 바꾸다니!’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 ‘공룡, 고놈들 굉장히 무서운 녀석인데!’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신부님에게 ‘공룡’에 대해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그 질문에 사랑어린 대답을 해 준 신부님이나 서로에게 ‘진심’을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장난 같을 수 있는 ‘질문’에도 사랑과 정성을 담은 ‘대답’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 묶어주는 매듭 같습니다. 그건 평소에 사람을 정성껏 대해 본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자연스러움 같습니다. 평소에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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