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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30) 좋은 감정, 좋은 대화 (1)

주일아침 제의방에서 벌어진 주먹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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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단어에도 생명력이 있다는 것 아세요? 단어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똑같은 단어라 할지라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말할 때와 무뚝뚝한 감정을 가지고 말할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단어가 가지는 생명력이란 그 단어를 쓰는 사람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사용하면, 듣는 사람 마음 속 깊이 들어가 그 사람의 내면을 살리는 영적인 생명력을 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어로 인해 듣는 사람 마음 안에 본의 아니게 심한 분노 감정을 일으키게 됩니다. 단어, 그 자체에 생명력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좋은 마음으로 좋은 단어를 잘 사용함으로서 서로를 살리는 영성적인 에너지로 바꾸어봅시다.

어느 신학생이 본당에서 있었던 일을 나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주일 아침, 어린이 미사 시간. 초등학교 복사 두 명은 제의방에서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신학생은 전례 준비로 성당을 왔다, 갔다한 후 제의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제의방에서 복사 중 한 명이랑 같은 학년 주일학교 학생이랑 싸움이 붙었답니다. 깜짝 놀란 신학생은 가까스로 싸움을 말리고 나서, 두 학생에게 미사 끝나고 보자고 했습니다.

미사 시간이 되어, 고해실에서 나온 보좌 신부님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제의를 입었고, 미사가 시작되면서, 신학생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답니다. 그런데 미사 시간 내내, 두 학생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더랍니다. 이에 신학생은 미사 시간 내내, 이 학생들이 도중에 싸울까봐 안절부절 못 했답니다. 그러다 그토록 기다리던 퇴장 성가가 울려나오고, 신학생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제의방으로 들어갔고, 보좌 신부님은 미사에 온 어린이들과 인사하려고 성당 마당으로 갔습니다. 신학생은 이때다 싶어, 싸웠던 두 친구를 제의방에 불렀답니다.

“너희 둘, 왜 싸웠어? 그리고 복사가 미사 전에 싸우면 어떻게 되니?”

그러자 복사를 섰던 학생은 자신은 억울하다며, 다른 친구가 제의방에 와서 자신을 먼저 주먹으로 치려고 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학생 역시 소리를 높이며,

“야, 네가 아침부터 나에게 전화해서 시비를 걸었잖아! 이~씨.”

신학생은 씩씩거리는 두 학생의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무슨 사연인지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다 듣게 된 신학생은 그만 제의방에 쓰러져버렸답니다.

이야기인즉, 같은 학교 다니는 그 둘은 늘 친하게 지내면서도 툭하면 싸우고, 삐치고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함께 전자상가에서 서로 다른 게임 CD를 구입했습니다. 싫증나면 서로 바꾸려고 말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또 둘은 말다툼을 했고, 일주일이 지나자 가지고 있던 게임 또한 싫증이 났답니다. 그런데 서로는 게임 CD를 바꾸자는 말은 못했답니다. 싸운 후라 말을 안 하고 있었기에 먼저 화해를 한다는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날 주일 아침, 복사하는 친구가 먼저 다른 친구에게 미사 올 때 CD를 가지고 와서, 미사 후에 바꾸기를 제안하자고 전화를 했답니다. 그런데 긴 말은 하기 싫고, 그래서 상대방 친구가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교환하자’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미사 시간, 제의방까지 쫓아와서 주먹을 휘둘렀던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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