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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37) 감사한 마음으로!

예쁜 신부와 평화로운 수녀님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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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혼인식이 있어서 동창 신부님이랑 어느 성당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날 혼인 주례는 동창 신부님이 했고, 나는 옆에서 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결혼하는 그 부부는 동창 신부님을 통해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이 서로를 진실하게 사랑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하는 기쁨과 함께 대화 중에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면 서로를 평화롭게 바라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그 모습에 감탄하던 차에 두 분은 자신들의 결혼식에 나를 초대했고, 결국 혼배 미사를 공동 집전하게 된 것입니다.

혼인식 날 동창 신부님과 나는 약속된 성당으로 갔고 양가 부모님이 성당 마당에 계시기에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드렸으며, 옆에 있던 신랑과도 악수를 한 후에 신부 대기실로 갔습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신부는 없고, 우아한 자태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분이 앉아 있어 속으로 ‘저 여자 분은 누구지!’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그 자매님이 맞았습니다.

‘사랑하면 이렇게도 예뻐지나! 참 신기하네!’

두 신부와 어여쁜 신부는 방그레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우리 둘은 제의방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제의방 문을 여는데, 방 안이 화사했고 모든 것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수녀님 한 분이 제의방 안에 계셨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를 쳐다보더니 맑디맑은 미소로 인사를 하셨습니다.

순간, 헉! 깜짝 놀랐습니다. 눈이 너무나 선한 그 수녀님의 첫 인상은 평화, 그 자체였습니다. ‘세상에!’

또 다시 정신을 차린 후에 나는 수녀님께 말을 건넸습니다.

“수녀님이 제의방 담당이구나! 수녀님 수도생활, 어떠셔요, 행복하셔요?”

“왜요, 신부님?”

“아니, 우리 수녀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엉겁결에 나온 뚱딴지같은 질문에 수녀님은 환한 미소 안에 담긴 분명한 어조로, “네, 저의 수도 생활, 정말 행복해요. 그런데 신부님은 어떠신데요?”

“아, 저요? 그저 그래요. 그런데 수녀님, 수녀님 안에 있는 행복의 원천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마르지 않는 행복의 근원이라고나 할까, 그것을 어디에서 찾으시나요?”

겸연쩍은 표정에 수줍은 미소를 지으시던 수녀님은 처음 만난 신부 두 사람에게, “신부님, 우선 저는 지금 제 소임 자체가 행복해요. 내가 지금 정성껏 준비한 전례 물품들을 통해 혼배 성사가 잘 치러지고 하느님 축복 속에 새로운 부부가 탄생하면, 그 자체가 저에게 행복이에요. 그리고 하루가 감사해요. 어제를 살았던 시간도 감사하고요, 내일을 살아갈 시간도 감사해요. 내 삶의 하루하루, 주어진 모든 것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행복해요! 정말 주님 안에서 행복해요!”

‘감사하면 행복하고, 행복하면 눈이 저렇게 해맑을 수 있구나!’

배우자를 사랑하는 그 신부와 하느님을 사랑하는 그 수녀님은 너무나 곱고 예쁘셨습니다. 또한 소중한 배우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자신의 소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감사의 마음이 행복으로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은 ‘감사함을 가지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정배’였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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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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