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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혼자 지내는 것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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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40대 중반의 기혼 남성입니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서 지내는 것이 편해집니다.

직장에서는 적당히 사무적인 차원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밖에서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집에서도 주로 혼자 책을 읽거나 자는 편입니다. 성당에 가는 것도 예전에는 좋았는데, 요즘에는 다른 분들이 본당 활동 좀 하라며 잡는 것이 참으로 불편합니다.

신부님, 저에게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대답입니다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 냉엄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살기가 두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 확대시키기 위해서 애를 쓰기보다는 자기의 존재를 움츠리거나 숨기려고 애쓰는 경향이 점점 커져 가는 것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를 심리학에서는 ‘고립’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러한 성향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지니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체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제님의 경우에는 살아가면서 체득된 경향이 크다고 보이는데 이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는 “어릴 때와 지금의 행동방식이 달라진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는가?”와 “무엇 때문에 형제님께서 혼자서 사는 것을 선택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첫 번째의 경우는 특별한 사건에 주목합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스마트폰 이야기가 시작되었답니다. 그 가운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 엉뚱한 말을 했다가 무안을 당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이 친구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까봐 몰라보게 말수를 줄였고 모임에도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마다 ‘무안을 당했던 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무안을 당한 이후에 행하는 반응입니다. 자신이 말수가 줄어들고 모임에 나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무안 당했던 것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모른 채 “나이가 먹어서 그래!” 또는 “날씨가 안 좋아!”라고 둘러대며 진짜 원인을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고립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얻는 ‘유익함’에 주목합니다. 일반적으로 ‘고립’된 삶 안에서는 함께 하는 것에서 오는 기쁨과 행복, 성취 등은 체험하기 어렵지만 도전, 위험, 고통 등이 별로 없습니다. 결국 고립을 선택하는 삶에는 ‘안전함’이라는 유익함이 있습니다. 물론 도전, 위험, 고통을 피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행동의 패턴이 일상에서도 굳어졌을 때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작은 일상 안에도 크고 작은 도전, 위험, 고통이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인들 가운데 때로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되고 고립되는 것을 ‘거룩한 생활’로 여기며 이러한 삶을 선망하거나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거 수도승들이나 은수자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신앙 안에서 분리되는 것은 도전이나 위험, 고통을 주는 세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더 들어가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곧 신앙인들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분리’의 삶을 사는 것이지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형제님, 살아가면서 가끔씩 움츠러들고 숨고 싶은 순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주는 ‘안전함’과 ‘편안함’이라는 달콤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 행복’과 ‘외로움’이라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모든 시간과 모든 것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일상의 작은 것(인사, 미소, 악수 등)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용기를 발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형제님은 머리에 의해 납득이 되고 나서 움직이기보다는 몸을 먼저 움직이고 그것을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할 듯합니다. 몸이 고립하는 삶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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